[서평]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2020. 12. 1. 00:38북미 이야기/가벼운 책 이야기

독서의 동기

이 책은 고향 친구와 시간과 동기가 잘 맞아서 대략 3개월 (13주에 걸쳐서)간 매주 한 장씩 토의를 하면서 독서를 했던 개인 프로젝트 이기도 하다. 처음 1달 정도에 걸쳐서 한번 완독을 하고 친구와 매주 화요일 저녁마다 대화를 하기 위해서 다시 며칠 전 부터는 해당 chapter만 집중해서 1-2회 다시 읽는 식으로 했으니 3개월 동안 대략 3회 이상 정독을 한 셈이다.

이번 주말에 (4-5 시간을 억지로 만들어서) 마지막 장을 모두 읽었다. 사용하는 영어 어휘들도 다른 책들에 비해서 어려운 편이라 사전도 많이 찾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매우 잘 쓰여진 책이다. 우리 시대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고 대단한 작품이지만.. 위대한 서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기적 유전자 - 리처드 도킨스

마지막 Chapter 에 대한 이야기 부터...

일단 마지막 장에서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The Extended Phenotype’ 이라는 자기의 다른 서적에 중요한 내용들이 모두 들어있다는 책 선전(?)으로 결론 지어지는 느낌이다. 13장 “유전자의 긴 팔”이라는 번역도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전자의 영향이 개체를 벗어나 타인과 다른 종의 생물체 그리고 주변의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에서 ‘긴 팔’ 이라고 한 번역자의 고민을 이해하지만 .. 내가 만약 번역을 했다면 ‘유전자의 긴 (또는 먼 곳에 대한) 영향' 정도로 했을 것 같다. 물론 이 번역도 좋은 편은 아니다…

작가가 추천하는 다음 책을 읽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일단 이 책을 읽느라고 매우 힘들었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느라고 한번 읽을 때도 몇 번씩 문단을 (4번 5번씩 ..)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있었다.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지만, 만약 혼자 읽었다면 이렇게 깊이 있게 이해를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래에는 친구의 중간 서평을 남겨둔다. 아마도 이 친구가 설명한 게임 이론 부분이 매우 깊이있게 이해하였다는 것을 느꼈고, 몇 가지 ‘게임 이론’에 대한 설명은 서평이지만 매우 탁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침 (이 책을 읽던 도중)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에 대한 책 이야기를 2회에 걸쳐 시청을 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유시민이 이야기한 것 중 자유론이 나온 시기가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온 시기와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종의 기원’은 ‘이기적 유전자’를 쓴 도킨스가 그렇게 존경하는 다원의 위대한 저술이 아닌가? 

 

읽고난 후기

이 책은 영문 원본도 좋은 편이지만 한국어 번역본도 매우 뛰어난 것 같다.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서 책에 대한 소단락을 구분한 것도 훌륭하다는 생각도 했고 전체적인 주제에 대한 이해가 매우 높은 사람이 번역한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필요한 기초 지식을 참조해도 무방하지만) 이 책은 생물학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필요한 편이다. 그리고 수 많은 정보와 지식들로 가득하다. 그리고 다루는 내용도 매우 방대하다. 단순하게 유전자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12장에서는 게임 이론에 대한 주제 범위도 넓은 편이다.

오히려 너무나 방대한 내용들을 저자 자신의 의도와 흐름에 맞추어 전개하다보니 독자가 한번 읽으면서 따라가기가 매우 버겁다.

책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지식부터 언급을 해서, “진화론적 안정 전략” (ESS: Evolutionary Stable Strategy)을 소개한다. 이 ESS 개념은 책 전반에 걸쳐서 유전자를 설명할 때 지속적으로 언급이 된다. 그러면서 동식물 들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놀랍고도 재미있는 사례들을 들어가며 저자의 이야기를 뒷받침한다. 아마도 이러한 예들은 작가 본인이 생물학자로서 오랜 시간 연구한 자료와 다른 학자들의 논문들을 잘 이해하고 정리한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읽는 것은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3번 가량 읽었다고 해도 이 책을 읽고 난 이후 정리하기는 매우 쉽지 않다. 너무나 방대한 사례들과 (작가 본인도 몇 번 언급을 하며 인정하였지만) 자주 말하는 주제에서 벗어나(digress)  다른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언급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12장, 13장까지 인내심 있게 읽어야 한다. 12장에서 이야기하는 게임 이론과 13장에서 말하는 유전자가 자신의 개체를 벗어나 외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작가의 말하고 싶어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개인적 느낌

다소 엉뚱한 결론 같지만.. 내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스스로 뼈저리게 느낀 부분은 ‘겸손함'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 이다. 나 역시 젊을 때 .. 그리고 건방진 구석이 많았던 시기가 있었을 것이다. 쉽게 말해서 “어렸다”. 어렸을 때는 나 역시 세상의 책을 많이 읽고 싶었다. 그리고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다면 최소한 고전이라도 모두 읽고 싶은 욕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손자병법이나 논어 같은 동양 고전들은 한문 원본을 구해서 몇 번을 읽었고, 비트겐쉬타인, 니체, 헤겔, 러셀의 책들을 읽어 나갔다.

아마도 이 ‘이기적 유전자'를 읽기 전까지 여전히 스스로의 문제를 못 느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런 식으로 좋은 책이라고 하는 것만 읽어도 인생의 시간은 부족하다는 것을 ... 

(지금은 이곳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는) 딸에게 그리스 어에서 영어로 완역이 된 플라톤의 완본을 몇 년 전 사 주었다. 그 책이 아마존으로부터 배달을 받고서 경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거의 3천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었다. 2천 년도 넘는 오래 전의 저술이 지금까지 보존된 것도 놀라웠고, 이런 책을 다 읽는다는 것 자체도 대단해 보였다. 내가 읽은 플라톤이라고는 [국가론]과.. [대화]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와 소피스트들간의 대화 몇 개가 전부이다. 그것도 학창 시절 철학 수업 시간에 숙제하려고 읽었던 것까지 포함해서...

만약 내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많은 것을 느꼈다면.. (바로 이 책이 가장 ‘위대한' 책이라고 과찬에 과찬을 해가며) .. 다시.. 도킨스의 다른 많은 책으로 도전을 하고 싶었을 지 모르겠다. 젊음의 열정과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은 부러운 것이나 한편으로는 무모한 면도 있다.

마치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그 지식 안에 있는 진리나 깨달음을 얻을 때의 (바람직한) 마음 자세란.... 파스칼의 이야기에서 많은 교훈을 배울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파스칼 본인이) 수학과 과학의 지식의 발견을 통해 기뻐하는 자신의 모습이란, 마치 거대한 대양의 해변가에서 소라 껍질 하나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어린 아이와 같은 것”이라고…

 

작가 (도킨스)의 언쟁/논쟁들에 대한 기억들

 현재도 유명한 작가인 도킨스는 최근까지 전 세계를 돌면서 많은 강연과 대화들을 지속하였다. 그 와중에 수 없이 뜨거운 언쟁 속으로 들어가고, 본인 역시 감정적인 언쟁에 몇 번이고 휘말리기도 하였다.

기억나는 몇 가지 대화를 생각해 보았다. 

  1.  “What if you’re wrong” 으로 검색하면 쉽게 지금도 볼 수 있는 대화가 있다. 어느 미국의 한 여대생이 질문한 내용에서는 도킨스의 답변이 매우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2. (그리고) 영국에서 이슬람 지도자와 언쟁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 것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서도 (나 개인적으로 느낀) 도킨스의 주장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한다. 

  3. (그러나) 그가 호주의 한 카톨릭교 신부와 대화한 영상 중 그 신부가 ‘(설사 당신이 아무리 많이 공부했다고 하더라도) 당신만 맞다고 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냐' 라는 간단한 질문에 도킨스 본인이 화를 참지 못하던 장면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았다.

이 뛰어난 작가가 가진 한계 역시, 내가 앞에서 언급한 파스칼의 마음 가짐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 본인이 그렇게도 주장하는 위대한 ‘다윈의 진화론’을 바탕으로 이해한 현재의 생물 존재에 대한 유전자들의 불멸하려고 노력하는 의도와.. 그로 인해 수 많은 사례들을 이 책을 통하여 보여주려고 노력하였다. 하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왜 이런 움직이는 생물체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단 하나의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했다. 

내가 무지해서인지 모르겠는데.. 이기적 유전자를 3개월 동안 3번 이상 읽었어도 여전히 "다윈의 진화론이 어떻게 무생물에서 우리와 같은 고등생물로 변화했는지 설득력있게 설명하는 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였다.

나는 (기독교에서 주장하는) 태초에 절대자가 우리를 만들었다는 창조론을 믿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복잡한 생물체들이 화성과 같은 불모지에서 무생물로부터 수 억년을 거쳐서 끊임없이 더욱 복잡한 생존기계로 진화했다는 주장 역시 하나의 ‘종교'같이 느껴진다. 

내가 도킨스 작가보다는 전문적인 분야 지식과 경험이 더 많다고 자신하는 컴퓨터를 예를 든 설명들을 보아도 (도킨스의 주장은 다윈의 진화론에 너무 사로잡혀 있어서인지) 그의 주장들이 억지로 맞추어 설명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책을 접으며..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얻게 된 것은 매우 많다. 수많은 동식물들에 대한 재미있는 사례 이야기들.. 세상을 바라보는 지혜로운 관점 (특히 게임이론과 관련하여서), 그리고 다소 불편하지만 인내하고 경청해야 하는 자세의 필요성 등등…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은, 어느 한 사람의 주장이나 책의 내용이 좋다고 해서 그 부분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면 좋지 않다는 평범한 깨달음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유시민이 추천한 ‘정의론' 이라는 책도 읽고 싶은 욕심이 있어도 읽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읽은 이기적 유전자가 절대적이지 않듯이 정의론도 훌륭한 책이지만 (유시민씨가 몇 번 언급을 한) 시대적 한계가 있다. 그리고 내가 읽은 책이 좋은 책 이듯이, 정의론을 읽고 세상이 달라 보이는 모든 독자들의 주장도 맞는 것이다. 그런 책들은 이렇게 한두 권이 아니고 각자 선택의 몫일 뿐이다.

솔직히 나 스스로는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는 다윈에 대해서 책의 여러 부분에서 작가 도킨스의 집착과도 같은 "다윈에 대한 절대적인 존경"을 마주하는 느낌은 독서하는 내내 불편했다.

러셀의 한 예 중.. 다원의 예를 들어 역사 의식을 설명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 중 하나가 다윈이 살아 있던 당시 영국 수상이 다윈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수상을 맞이한 다윈은 '이렇게 (역사적으로) 유명한 분이 저와 같이 무명의 학자를 방문한' 감사함을 표시한 이야기이다. 시간이 흘러 지금 우리들은 다윈은 알지만 영국 수상이 누군지는 전혀 감조차 잡지 못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한 사람이 위대하고 평범하고는 우연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다윈의 업적이 작다는 것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어느 한 개인의 성취가 위대하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뉴톤이 언급한 자신의 업적은 "거인(갈릴레오)의 어깨" 위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나 (앞에서 말한) 파스칼과 같이 '어린 아이'가 발견한 소라껍질에 대한 즐거움과 같은 겸손함이 없다면 어떠한 거대한 업적도 개인적인 치적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가 그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영감은 미미하다.

앞으로 책을 읽기 전에 보다 신중하게 선택해야겠다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후 얻은 결실이다. 사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책을 읽는 것보다 삶 그 자체에 몰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김훈이 말한 것 같과 같이..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내(작가 김훈)가 볼 때는 책 속에는 문자만 있는 것 같다. 길은 저기 집 밖에 길들이 존재하지 않는가" 라는 (다소 유모스럽지만 재치있는) 언급은 음미할 가치가 있는 메시지이다.

 

Selfish Gene 설명 ...유투브..

https://www.youtube.com/watch?v=xINHQnXFIBI

우연의 일치이지만.. 13장 마지막 내용을 우리가 북 클럽을 마치는 시기에 이 유튜브도 어느 한 유투버에 의해서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책에 언급되는 많은 과학자들과 각종 동/식물들의 예들을 하나 하나 찾아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서 설명하는데 그 디테일이 매우 섬세하다. 아마 이 youtuber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 위한 자료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나온 유튜브 설명 중 가장 뛰어난 편이다.

 

친구의 서평

-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이기적 유전자 12장) -

'마음씨 좋은 놈이 일등한다(nice guys finish first)'라는 문장이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하다 진부한 도적적 조언으로 들리는지 아니면 진짜로 그렇게 과학적이나 경험적으로 느끼는지 아니면 그냥 그런 세상이 살기좋은 세상이라 그렇게 믿고 싶는지...

이기적 유전자의 12장은 읽고나서 개인적으로 약간의 전율이 흐르게 하는 챕터였다. 책의 10장 혹은 11장 까지가 생물학적 동물세계(인간 포함)의 자연선택에 의한 유전자의 이기적 관점에 대해 많은 부분이 집중되어 있었다면 여기서 부터는 문명사회의 메커니즘 특히 우리들이 어쩌면 매일매일 접하고 판단해야하는 상대방과의 거래에 대해 기술하기 때문이다. 인간사회에는 부모자식 혹은 죽마고우 처럼 절대적인 특이한 관계들이 있다. 그것을 제외한 모든 관계는 그 무엇으로 포장해도 주고 받는 거래가 관계의 내면에 잠재해 있다. 설사 완벽한 기부나 자선처럼 선한 행동으로 보여도 최소한 그것으로 인해 밖으로 드러내지 않더라도 내적 보람이라도 있을것이고 최소한 기부한 사람은 먼발치에서 그 결과를 바라보며 행복하지 않을까 유추해본다. 사실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서 움직이기에 절대적인 관계로 보이는 부모자식 관계도 들여다 보면 약간은 거래가 숨어있다.

12장의 대부분은 우리가 개념적으로나마 익숙한 '죄수의 딜레마'로 대변되는 게임이론에 대해서 깊숙히 다루고 있다. 책의 6~10장까지 동물세계를 다루며 다양한 생존전략을 다루고 있는데 그중에는 상대방에게 퍼주기만 하는 '호구전략', 상대방을 벗겨먹기만하는 '배신자 전략', 베풀었다가 한 번 배신당하고 마지막까지 배신과 복수만하는 '원한자 전략', 베품과 배신을 반복하며 진화적으로 안정을 찾아가는 '보복자 전략'등 다양한 동물집단을 연구한 생물학자들의 이론이 기술되어 있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진화적으로 안정적 즉 끝까지 생물학적 존재로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 전략은 '보복자 전략'과 '배신자 전략'으로 자연계에서 관찰되고 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생존을 위해 보복자 전략과 배신자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뭔가 세상이 삭막해 보인다. 12장에서는 그런 전략을 좀더 현실적으로 정밀화 하면서 실험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놀랄만한 인사이트를 던져 준다.

책에서는 '보복자 전략'과 '배신자 전략'을 좀더 세밀화 해서 다른데 요약하면 그게 4가지 정도로 분류한다.  
     첫번째는  순 TFT(Tit for Tat 즉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는 전략인데 최초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푼다. 하지만 상대개체 혹은 집단이 배신자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어서 베푼 호의가 배신으로 되돌아오면 그도 보복을 통해 배신이 결코 도움이 되지않는다는 메시지를 주고 이 전략을 구사하는 개체나 집단은 끝까지 보복을 유지하여 서로 멸절상태를 맞이하는 '원한자 전략'과는 달리 보복을 1회에 한하고 상대에게 배신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는 전략을 반복한다. 
     두번째는 TFTT 인데 호구는 아니지만 호의를 베푼후 배신을 당해도 보복을 같은 비율로 하지않고 베품을 더 많이 제공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세번째는 역 TFT전략인데 이는 주로 배신자 유전자를 가진 개체나 집단이 최초로는 배신을하고 그 결과 상대방이 보복을 하면 다시 호의를 베푸는 전략이다.
     네번째는 극단적 배신자 전략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배신만하는 전략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생물학적으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ESS(진화적 안정적인 전략)는 첫번째인 순 TFT와 배신자 전략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아나톨 라포포트'교수는 이 전략들에 대한 실제 점수를 부여하여 어떤전략이 우세한지를 보여주는 모델을 개발한다. 이를 미국의 정치학자 엑설로드는 실제 실험자들을 참여시켜 이를 현실에서 적용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차 15개 그룹을 통해 증명했는데 참가자들은 이론과 모델을 학습 후 각자의 취향에 맞게 전략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했다. 사람들은 이상하리 만큼 동물세계처럼 네가지의 전략을 다양하게 선택했다. 

1차 실험의 15개 다른 전략그룹이 만들어 졌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결과는 순 TFT 전략을 구사한 그룹이 최고의 점수를 받았다. 즉 최초로 호의를 베풀되 반복적으로 배신당하지 않는 그룹이 최고의 전략인것이다. 특이하게도 토너먼트의 중간단계는 TFTT나 배신자 전략이 우세한 적도 있었는데 최종단계에서는 순 TFT가 승리했다. 그 후 좀더 현실적이고 많은 테스트를 위해 2차실험을 시간을두고 했는데 2차 실험에서는 63개의 다양한 전략이 제시되었고 이를 그룹으로 만들어 이번에는 리그형태로 진행했는데 그 결과 역시 순TFT 전략그룹이 모두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이를 엑설로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종 생존 전략으로 살아남는가를 확인했는데 모든 전략은 2백세대가 넘기전에 멸절했고 진화적으로 안정한 배신자 전략도 2백세대가 넘어가면서 점차 없어지며 1천세대가 넘어가는 시점에 생존한 전략은 순TFT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다른 실험을 통해 소수의 순TFT전략 그룹과 다수의 배신자전략 그룹을 경쟁에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순TFT가 살아남게 되었다. 

이번장을 마치면서 전율감이 느껴졌다. 많은사람들이 거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서 더 가져갈것인가를 고민할 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12장에서 도킨스는 그렇지 않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단 조건이 있다. 끝이나 횟수가 정해져 있거나 참가자들이 이를 인지할 경우는 배신자 전략이 득세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상황일까 우리는 끝을 인지하는 게임 인생을 살고 있어서 배신자 전략을 구사하는게 맞을까 혹은 몇십년 안되는 짧은 인생이지만 불확실성의 인생을 살고 있어서 순TFT전략을 구사하는게 맞을까? 우리가 접하는 세상은 이보다 좀더 복잡하고 미묘할것고 1회성 거래로 끝난다고 생각하는 상황도 많을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순TFT 전략을 앞으로 구사해보기로 했다. 이 전략이 풍부해질때 좀더 세상이 살만해 지지 않을까 한다.먼저 호의를 베풀되 반복적으로 당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 호의가 낯선곳에서 위험해 보이는 누군가 제공하는 음료수가 독인지 약인지 모르면서도 마시는 순진한 호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 2020.1126 종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