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영화-링컨(Lincoln,2012)

2020. 10. 4. 12:10북미 이야기/가벼운 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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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링컨 (2012)

영화를 보게 된 계기

개인적으로는 영화 이야기는 잘 하는 편이 아니다. 보통 2시간 정도의 이야기를 영상을 통해서 볼 때마다 내가 어느 정도 이해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고, 책을 읽을 때와 같이 오랜 시간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리가 안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역사물이나 시사 내용 중 좋은 다큐멘타리 프로그램들을 보고 나면 잊기에 안타까운 것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번 링컨 이라는 영화는 미국 남북전쟁 관련하여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책 몇 권과 영화/다큐 10 편 정도를 스스로 선정한 목록 중에 있어서 조금은 의무감(?)을 가지고 본 영화이다.

 

영화의 이야기 

이 영화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스필버그 감독의 작품이고, 이야기의 줄거리는 작가 도리스(Doris Kearns Goodwin)의 'Team of Rivals" 이라는 책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작가 도리스는 링컨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전에 일단 '링컨'에 대해 나온 책만 14,000권 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링컨이 암살 당하기 전 4개월 간의 기간을 보여준다. 특히 노예제 폐지(The 13th Amendment, Abolition of Slavery)를 헌법에 명시하기 위한 의회에서의 투표 통과를 위한 링컨의 노력과 주변 의원들, 그의 참모들과의 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보여준다. 특히 다큐멘터리 기법과 같이 한 해설자(Narrator)가 영화 전반에 걸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은 역사 기록물을 보는 듯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영화 내내 보여주던 1865년 대 미국의 길거리의 모습, 당시 사람들의 의상이나 마차, 어린 아들의 복장, 군인들의 군복과 같은 여러가지 모습들을 보여주는 영상들도 보는 내내 큰 즐거움이었다. 특히 전혀 몰랐던 링컨의 아내와 아들들과의 관계 역시 링컨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다.

 

어두운 역사 안에서 내재된 문제

보는 내내 머리 속에서 떠오르던 화두 중 하나는 BTN 불교 방송 (BTN 문학관, 2007년 방영)에서 김훈 작가가 나와서 자신의 작품인 "남한산성"에 대해서 인터뷰 내용이 생각이 났다. 병자호란과 같은 우리 조상들이 겪었던 치욕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대한 김훈 작가의 답변을 들어보자.

" (...) 인간의 현실이나 삶 속에서는 ‘영광과 자존’ 만 있는 것이 아니고 ‘치욕과 굴종’  또한 현실의 중요한 일부분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인간에게 ‘영광과 자존 ’만으로 구성되는 역사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삶(은) 복합적으로 중층적으로 구성되어서 그 속에서 고통과 절망을 거듭하면서 앞 날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미국의 역사를 관심있게 보면서 노예제도에 대한 놀랄만한 잔인한 역사를 가지고 있던 미국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강대국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였다. 남북 전쟁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역사를 하나씩 읽어가면서 내가 근래에 새삼 느낀 것은 이러한 김훈 작가의 이야기가 말하는 역사의 본질적인 측면이다.

즉, 인간이나 어느 조직이든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와 치욕을 정직하게 마주할 수 있을 때에 보다 온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가 아마도 현재 일본과 한국이 직면한 비슷한 문제와 그를 대하는 다른 행동 양식의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 사회가 겪었던 수많은 갈등과 정부와 사회 지도층이 야기한 문제들, 그리고 그에 따른 항쟁의 역사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은 나에게 없다. 하지만 하나 분명히 이해하는 것은 치부가 있다고 감추려고 하는 노력은 오히려 더 많은 갈등의 문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20세기 전반기에 전 동아시아와 동남 아시아를 소용돌이로 몰아 넣었던 일본 제국의 패망 이후, 그들의 현재 모습에서 느껴지는 문제의 핵심은 (그들이 저지른 과거의 모든 기록들을 없앨 수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일본인들은 '영광과 자존'의 역사만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이었다. (김훈 작가의 말 대로) 당연히 그런 역사는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의 문제 해결은 오히려 자신들이 가진 '치욕과 굴종'과 그에 더해서 '잔인과 은폐'의 역사를 마주할 때 시작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남북 전쟁 이후의 미국의 변화

남북 전쟁을 통해 희생된 미국의 희생자는 60만명이 넘는 수로, 이는 미국의 독립 전쟁부터 최근의 아프간스탄 참전까지 모든 전쟁에서 희생된 합산과 비슷한 숫자이다. 오히려 이러한 막대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남부와 전쟁을 결사한 링컨에 대해서 조금은 잔인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한 적이 있었다.(다분히 비판받을 수 있는 의견이지만) 만약 내가 그 지도자의 위치였다면 그냥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남북으로 갈라져서 다른 경제체제의 사회로 발전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남북 전쟁을 여러가지 자료들을 접하고 읽으면서) 내가 가지게 되는 확신 중 하나는 이 남북 전쟁을 통하여 미국이 다시 하나가 되지 않았다면 반 세기 이후 시작한 세계 1차 대전과 2차 대전에서 그렇게 강한 힘을 한 곳에 집중하기가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영화 속의 난해한 부분들

영화를 보면서 이해가 힘들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영문 자막을 틀어놓고 보면서도 150년 전의 영어 억양과 정치인들이 쓰는 전문 용어들에 대한 난해함도 있었고 당시의 문화적인 지식에 대한 부족함도 느꼈다. 

영화 속에서 링컨 대통령이 당시 통신 전문을 보내던 젊은이들과 대화를 하던 내용 중 "'유클리드 기하학'을 읽으면서 수학이 말하는 '평등(equality)'이 (링컨 본인은) 그것이 바로 현실에서의 '정의(justice)'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감동적이었지만 실제로 링컨이 그렇게 말한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확인할 수 있는 능력은 나에게는 없다.

또한 백악관에서 수많은 참모들과 실무자들 속에서 피셔(Fort Fisher) 요새를 공략했고 Willmington 전투의 근황을 묻는 업무 장소 역시 어느 정도 역사적 고증이 되었는지 궁금했다. 

특히나 사실 여부가 궁금했던 부분은 알렌(Ethan Allen) 에 관한 이야기인데, (독립전쟁 당시) 영국을 방문한 알렌에게 영국인들이 화장실에 워싱턴 장군의 초상화를 걸어 놓고 모른 척 하는 그에게 결국은 그 그림의 위치가 적합하냐고 묻는다. 그 질문을 하는 영국인들에게 알렌은 "그 어떤 것도 와싱턴의 모습보다 영국을 *하게 빠르게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없다 (Nothing will make an Englishman shit quicker thant the sight of George Washington)" 라는 유모스러운 답변이었다. 

링컨이 유모감각이 있었다는 것은 다른 많은 책이나 기록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이 영화 안에서 몇 편의 에피소드는 그러한 링컨의 모습을 매우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링컨의 죽음과 여운

나이가 들수록 끔찍한 폭력의 영상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나에게 이 영화의 마지막에 암살의 장면이 간접적으로만 묘사된 것도 참 편안하게 다가왔다. 영화를 보고나서 미국 역사를 재미있게 보기 위해 항상 옆에 두고 있는 Larry Gonick 의 책에서 링컨의 최후에 대한 평가가 와 닿는 부분이 있어 다시 읽어보았다.

링컨의 죽음 - abraham-lincoln-history.org

"아브라함 링컨 - 빈곤에서 대통령 직까지 오른 사람, 자유 백인 노동자에서 노예들의 해방가가 된 사람, 제퍼슨을 가장 존경하였으며 제퍼슨의 남부를 파괴한 사람, 광대, 야비한 자, 무능하고 독재자라고 공격받는 것을 참았던 사람, 그리고 그의  훌륭한 유모가 깊은 슬픔을 감추었던 사람, 그리고 사건들에 의해 자신이 통제되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 링컨은 또한 암살된 '최초'의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Abraham Lincoln - who had risen from poverty to the presidency .. who began as the champion of the free, white worker and became the liberator of the slaves .. who dmired Jefferson above all and destroyed Jefferson's old South .. who endured being attacked as buffoon, a baboon, an incompetent, and a tyrant .. whose wonderful sense of humor masked a profound sadness .. who believed that he had been controlled by events .. Lincoln, too, became a 'FIRST' president to be assissinated. (p. 179, The Cartoon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by Larry Gonick)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아마 생떽쥐베리의 글이었던 것 같은데) 마치 링컨을 두고 말한 것 같은 글도 생각이 났다. "암살자의 총은 그를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그를 제국의 뿌리로 봉인하게 만들었다." 60만명 이상의 수많은 희생자를 만든 남북 전쟁을 끌고온 그가 마지막에 암살자의 총에 쓰러진 것은 마치 하나의 제국의 탄생을 위해 순교한 느낌마저 든다.

'시민의,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국가를 이야기했던 링컨과 마찬가지로 초대 대통령인 조지 와싱턴 역시 왕이 되라고 하는 주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시민의 선출직인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위치에 만족했던 역사적 전통은 여전히 미국 사회가 가진 역사적 저력이다.  아마도 수 많은 현재 미국 사회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나라에서 인류 문명에 공헌하는 수많은 혁신과 창조적인 에너지가 계속 넘치는 이유는 이러한 거인들이 만들어 놓은 역량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멀리 고국을 떠나 한국을 바라보며 느끼는 생각은 .. 아마도 .. 같은 맥락인 듯 싶다.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 치욕과 굴종'을  안고 나아가려고 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는 한.. 한민족이 가진 가능성은 여전히 가슴 뛰게 하는 진행형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인물은 너무도 많은 역사를 가진 곳이었다. 이것도 국뽕이라고 비난 받을지 모르겠지만.. 

 

 

[1] 11 Favorite stories about Lincoln

www.mentalfloss.com/article/57794/11-abe-lincolns-favorite-stories

[] Ethan Allen Story

pastinthepresent.wordpress.com/2012/11/25/lincolns-ethan-allen-story/

[] 암살 관련

www.abraham-lincoln-history.org/abraham-lincoln-assassination/

[] 참모 ; Francis Preston

en.wikipedia.org/wiki/Francis_Preston_B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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