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목마른 계절-박완서

2021. 1. 17. 22:53북미 이야기/가벼운 책 이야기

몇 년만에 박완서 작가의 작품을 빌릴 기회가 있어서 장편 [목마른 계절]을 읽고 있었다. 거의 다 읽고 있는 중 유시민의 알릴레오 북스에서 '엄마의 말뚝'에 대한 책 이야기를 하는 것을 알고 금요일 저녁 모두 시청하였다. 다음 주까지 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니까 많은 기대가 있다. 유시민씨와 조수진 변호사가 진행하는 이 유투브 방송은 책 선정에 매우 뛰어나다는 생각을 첫 회부터 생각했다.

내가 읽은 책들은 최인훈의 [광장] 에서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 그리고 이번의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이 전부이지만 내가 읽지 않은 다른 책들이 더 뛰어난 선택이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첫 회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과 같이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매우 깊이 있는 분석과 유시민 작가 본인의 삶의 오랜 여정에서 쌓아온 통찰력이 돗보이는 방송이었다.

사실 박완서 작가는 박경리 작가와 함께 한국 문단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여성 작가로서 단순한 소설가가 아닌 어떤 면에서의 [거인]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자라오던 1980년대에는 이러한 작가에 대한 소개가 너무 미흡하였다. 아마도 살아 있으시면서 활동을 계속하던 중이라 평가가 미루어지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이 부족해서였겠지만, 내가 고등학교 시절 내 독서의 편식은 오히려 해외의 작가들을 읽어야 하는 듯한 착각 속에 있던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성인이 되어서 처음 접한 박완서 작가의 글은 너무나 와 닿았다. 한 마디로 이 분의 글은 [맛깔]나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국어를 아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

박완서 - 목마른 계절

 

이 분의 많은 작품들이 100%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것이 없고, 그렇다고 100% 이 분의 이야기만도 아니다. 정말로 작가적 경험과 창의성이 절묘하게 배합되어 그 시대의 어떠한 사진이나 기록 필름에서도 느낄 수 없는 역사적 생생함이 사람들 이야기속에서 느껴진다. 이러한 소설은 역사책 이상으로 한국 사회가 지나온 해방 이후의 모습을 역사의 기록으로써 보여주기도 한다.

어떤 면에서는 최인훈 작가의 [광장]이나 박완서 박경리 작가 분들이 살아 생존 노벨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 자체 만으로, 난 나이가 들면서 노벨상이 그다지 높은 권위의 문학상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국가간 문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력의 바로미터에 불과한 상 이라는 느낌이다.

목마른 계절은 1950년 6월부터 그 다음 해 5월까지의 진이라는 젊은 S 대를 다니던 여성의 가족이야기이다. 오빠 열의 죽음으로 끝나는 이야기는 [엄마의 말뚝]과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와 같은 작품에서와 같이 반복되는 6.25 전쟁 중 작가 본인이 경험한 집안의 비극 이야기가 다른 각도와 다른 사람들이 모습에서 재구성되어 있다.

 

이야기는 진행이 빠르고 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결국 오빠 열이 죽고, 과부가 된 새 언니 혜순과 대화를 하며 진이라는 여성이 전쟁을 통해 느끼는 마지막 이야기가 아프게 다가온다..  

" ... 이 동족간의 전쟁의 잔악상은 그대로 알려져야 된다고 나는 생각해요. 특히 오빠의 죽음을 닮은 숱한 젊음의 개죽음들, (.. 중략 ...) 전쟁이 끝나고 나면 한동안 무용담, 훈장이 판을 치겠죠. 또 싸움터에 꽃핀 휴머니즘 이야기라든가 전쟁중에 치부한 이야기 같은 것까지도. 그렇지만 그런 이야기란 자칫하다간 사람마다에 잠재한 호전성이랄까 영웅심이랄까 그런 걸 자극할 수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전쟁이란 해볼 만한 거다> 라는 생각까지도 갖게 할지도 모르죠." 

이 이야기가 박완서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