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대공황,1929-1933(프리드먼,슈워츠)

2020. 10. 5. 00:02북미 이야기/가벼운 책 이야기

들어가는 말

개인 차이가 존재하겠지만 ‘대공황, 1929-1933<The Great Contraction, 1929-1933>’ 책은 어렵다. 이 책은 원래 1963년 출간된 프리드먼(Milton Friedman)과 슈워츠(Anna Jacobson Schwartz)의 ‘미국 화폐사’ < A Monetary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867-1960> 가운데 제7장 ‘대공황’” 편을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발행한 책이다. 

 

대공황, 1929-1933

 

 

서문에서 저자가 밝혔지만 로버트(Robert M. Tayler)라는 학생의 제안으로 단행본으로 만든 이 서적은, 다른 경제학자들의 참조 서문이나 회고록까지 포함해도 250페이지 정도의 많지 않은 분량이다. 하지만 이 책이 어려운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는 이 책의 원본인 '미국 화폐사'가 두 공동 저자의 "15년" 의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거시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적인 경제 용어뿐만 아니라 1929년에서 1933년 사이에 있었던 당시의 경제 상황과 특히 미국 정부 내에서 그 경제 침체기를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한 수많은 법안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책 내용을 따라가기가 매우 난해하다. 

한편 이 책은 역사서이다. 하지만 역사학자라도 하더라도 경제학적인 배경지식이 없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하지만 1929년에서 1933년 사이에 있던 대공황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있게 읽히기 힘든 내용의 역사 서적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대공황이 벌어지기 전 미국의 19세기 후반부터의 방대한 기초 자료들을 대상으로 연구 조사한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이다. 

 

책의 순서와 이야기 흐름

(개인적으로) 경제 현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마다 힘든 부분 중 하나는 보여지는 현상을 둘러싼 원인과 결과(cause and effect)를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저자는 대공황을 설명하면서 미국 내에 선행했던 역사적 경기 침체기(1873-79, 1893-94, 1907-08, 1920-21)를 보여주며 대공황이 그 이전의 불황들과 양적/질적인 면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었는지 비교를 한다.

마치 한 영화에서 주인공의 심리를 다각도에서 분석하기 위하여, 같은 시간대의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기법을 사용하여 대공황을 설명한다. 조금 자세히 설명하면 (1) 장 (2) 장, (5) 장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1929년부터 1933년 사이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졌는지 상세히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여준다. 

유예정지된 상업은행의 예금, (페이지 29쪽)

 

위의 도표에서 저자는 시간 추이 별로 ① 주식시장 추락 (Stock Market Crash, 1929년 10월) ② 첫 번째 은행 위기( First Banking Crisis, 1930년 10월) ③ 두 번째 은행 위기(Second Banking Crisis, 1931년 3월)  ④영국의 금본위제도 탈퇴( Britain Departure from Gold, 1931년 9월)  ⑤연방준비 은행(Federal Reserve Bank)의 채권 구매(F.R. bond purchase, 1932년 4월) ⑥ 마지막 은행 위기(Final Banking Crisis, 1933년)라는 사건들이 대공항이 시작되고 진행되었던 주요한 사건들이라고 설명한다.

이 사건들이 (1) 장에서는 통화량, 소득, 물가, 유통속도와 이자율의 추이의 관점에서 (2) 장에서는 통화량의 변동이라는 관점에서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많은 숫자가 나오기 때문에 당시의 배경지식이 부족하면 숫자를 따라가면서 상황을 모두 이해하기는 매우 쉽지 않다.

특히 (3) 장 은행 도산에 대한 설명 중 흥미롭게 느낀 사실 중 하나는 캐나다의 은행들과 비교하여 설명한 내용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몇 년간은 캐나다 FinTech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곳 은행들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자주 하였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몸으로 느끼고 인지하던 사실들을 프리드먼 교수의 설명을 통하여 재확인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저자는 대공황 가운데에서도 캐나다 주요 10개 은행은 도산하지 않았으며 11번째 주요 은행이 1931년 더 큰 은행으로 합병되었을 뿐이었다고 설명한다. 필자는 이곳 5개 은행 중 2011년 Bank of Montreal, 2018년 CIBC 은행, 그리고 2019년 TD 은행에서 프로젝트를 참가했었는데, (캐나다 은행마다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이곳 캐나다 은행들이 매우 보수적이며 안정 지향적이라는 인상을 깊이 받았다. 

 

등장 인물과 정책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 특히 은행의 간부, 정부의 정책 결정자들에 대한 최소한 이해가 없이는 전체의 자세한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개방 시장 정책 공청회 의장(Chairman of the Open Market Policy Conference)인 해리슨(George Harrison)과 같은 주요한 인물들에 대한 아무런 정보가 없다면 책의 설명을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는 대공황을 전후로 하여 미국 정부와 의회에서 발의한 수많은 경제 정책 법안들에 대한 원인과 결과를 충분히 안다는 전제 아래에서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러한 부분은 전문용어를 너무 많이 사용하여 독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의도라기보다는 (학자적 엄격성을 추구하며 오랜 시간 훈련된) 작가들의 방대한 자료 조사에 따른 연구 과정에서 오는 불가피한 함축적 난해함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였다.

법안 년도 정책 법안 법안 개요
1913 Federal Reserve Act  미국 연방준비 은행(FED)를 만든 법안
1930 Hawley-Smoot Tariff Act  해외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20% 더 추가시킨 법안 (대공황을 악화시킨 법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1932 Glass-Steagall Act 투자 은행(investment bank)과 소비은행(retail bank)의 분리
1932 Emergency Relief and Construction Act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한 구제 법안
1932 Federal Home Loan Bank Act  주택 소유자에 대한 비용을 절감시키는 법안
1933 Emergency Banking Act  대공항에 따른 은행 시스템을 안정시키기 위한 법안
1933 Agricultural Adjustment Act  대공항에 따른 농경제를 부양시키기 위한 법안

 

저자의 대공황에 대한 평론

저자 프리드먼와 슈워츠는 대공황의 여러 징조들이 보이던 이전부터 미국 연방준비(FED)에서의 통화 정책의 실패가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한다. 특히 (페이지 60쪽에서 언급한) "'치료'가 질병 (그 자체보다) 더 나쁘게 다가왔다. (The 'cure' came close to being worse than the disease)"라며 매우 함축적인 표현으로 당시 정부의 통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 언급한, 20세기에 발생한 미증유의 '대공황'의 원인을 요약하는 저자의 결론은 매우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거대한 사건은 거대한 기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일반 원칙이다. 따라서 1929-1931년 미국의 재정 대참사와 같은 중요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일을 하게 되는 권력에 있게 되었던) 특정한 개인이나 사무 기관의 특성들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떤 시기들에 있어서 작은 사건들은 - 연쇄 반응과 누적되는 힘들을 가지고-  커다란 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것 역시 진리이다."

(It is a sound general principle that great events have great origins, and hence that something more than the characteristics of the specific persons or official agencies that happened to be in power is required to explain such a major event as the financial catastrophe in the United States from 1929 to 1932. Yet it is also true that small events at times have large consequences, that there are such things as chain reactions and cumulative forces.) (207쪽)

 

대공황의 교훈이 현 코로나 사태의 경제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 책은 일반 독자보다는 대학원생들이나 이러한 주제를 고민해야 하는 정책 결정자나 연구자들에 의하여 논의되고 토의하기에 매우 좋은 주제의 책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비록 우리와는 다른 문화와 지리적인 위치에 있는 미국에서 거의 9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대공황의 피해 규모도 컸지만, 무엇보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의 고통이 매우 컸기에 앞으로도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되어야 할 내용이라고 믿는다.

쉬운 말로 거의 “최악의 상황”까지 국가 경제가 치닫게 된 대공황을 설명하면서, 프리드먼 교수는 국가의 정책이 실수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고, 오히려 그 "정책의 실수"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사태 악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책 (The Great Depression: A History From Beginning to End) - 이미지 갈무리

당연하지만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정책을 만들었을 때, 일반 시민, 사업가들의 삶은 매우 고통스럽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2020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와닿을 수밖에 없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과연 "내년 2021년 이면 이러한 모든 문제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우리의 많은 고민은 결국 미래의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그 불안의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한 권 읽는다고 경제 시야가 갑자기 넓혀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침체에 따른 부양책으로 많은 국가의 정책 설계자들이 어떤 재정 정책의 고민을 하는지에 대한 작은 이해를 시작할 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는 전혀 관심을 받지 못했던) 현대화폐이론(MMT, Modern Monetary Theory)과 같은 거시 경제 이론에 대한 논의가 근래 일부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다시 회자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 이론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세부적인 설명으로 들어가면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들이 가로막는다.

현대 화폐이론을 설명하는 스테파니 교수

하지만 여러 나라에서 이번 코로나 사태의 경제 순환을 위하여 각종 실업 급여나 지원책을 푸는 배경에는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한 (유효수요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케인즈 이론과 (통화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통화주의 이론에 따른 치열한 논쟁과 정책 결정자들의 고민이 있다는 것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큰 그림 안에서 현대화폐이론을 이해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드먼 교수가 말한 것처럼 "'병'보다 '치유' 그 자체가 더 문제가 많았다"는 대공황 사태의 교훈이, 이번의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침체에서는 보다 현명한 경제 순환을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Glass-Steagall Act

https://www.americanbanker.com/opinion/busting-the-myth-of-glass-steagall

[] Glass-Steagall Act 

www.thebalance.com/glass-steagall-act-definition-purpose-and-repeal-3305850

[] Federal Reserve Act

www.investopedia.com/terms/f/1913-federal-reserve-act.asp

[] 스테파니(Stephanie Kelton) 교수

www.youtube.com/watch?v=7cho7naef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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