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7. 13:34ㆍ북미 이야기/가벼운 책 이야기
이 자료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 기록을 한다기 보다는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먼 훗날 잊어버린 후에라도 다시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최소한 박수용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 정리한다. 나는 한국에서 개인적으로 박수용 씨를 전혀 몰랐고 이런 사람이 이런 일을 하는 조차도 관심이 없었다. 아래 참조 자료들을 보면 대부분의 박수용 씨의 기록들은 2003년 경에 작업을 마쳤고, 미국 PBS 사에서 다큐멘터리로 나온다는 뉴스 조차도 2012년 기록이다.
내가 박수용 PD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5년인가 토론토에서 회사와 집을 오가는 자동차 안에서 이곳에서 유명한 CBC방송의 프로그램 중 The Current 라는 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였다. 대략 25분 가량의 방송 내용인데 CBC 방송국의 여성 방송인 애나 마리아 트리몬티(Anna Maria Tremonti)가 크리스 모건(Chris Morgan) 이라는 유명한 환경 학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박수용씨를 만난 이야기를 묻기 시작한다.
나는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서 라디오를 더 듣기 위해 집을 지나서 드라이브를 하다가 라디오 방송이 끝나서야 차 방향을 돌려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사회자 애나는 '도대체 이 박수용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를 시작으로 수많은 질문을 크리스에서 퍼붓고 환경 전문가인 크리스가 박수용씨 PD를 만난 사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사회자 애나는 직접 박수용 씨와 인터뷰를 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전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워한다는 박수용 PD 측의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크리스와 이야기한다는 것을 대화의 서두에서 밝힌다.
박수용씨가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다소 재미있지만, 실제로 한국에서 영어를 대학에서 전공했다고 하여 북미의 방송인과 원격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하기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아뭏든 라디오 방송에서 두 사람이 대화한 내용을 다 듣고나서 차를 내리고 내가 느낀 것은 한 마디로 전율이었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이 사람이 자랑스럽다는 느낌보다는 '이런 사람'은 한국인 밖에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꼈다. 다른 유투브를 통해 크리스가 박수용씨를 만나서 시베리아 호랑이를 추적하는 방법을 설명 듣고 있은 것을 볼 때, 진정한 전문가는 박수용 PD 였고 크리스는 마치 초등학생 같이 하나 하나 겸손하게 배워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특히 박수용씨가 떠나고 나서 그가 시킨대로 시베리아 호랑이를 찍기 위한 감시용 카메라를 여러 곳에 배치하고, 하나 하나 검사하면서 마지막 카메라에서 호랑이가 찍힌 것을 보면서 크리스가 눈물 짓는 영상에서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사실 지금까지 호랑이와 사자와 같은 동물들은 BBC 방송과 같은 전문가 그룹에 의해서 수많은 최신 과학 장비를 가지고 (제작자들의 안전을 우선시하면서도) 많은 영상들이 찍혀서 기록되어 왔다. 그런데 이 박수용씨의 작업이 많은 사람들을 놀랍게 한 것은 완전히 개인 혼자의 인내와 기다림에 의해서 시베리아 호랑이가 - 우리 인간에게는 - 극한의 추위에서 뛰어놀고 어떻게 생활하는지에 대한 것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면에서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한 겨울 영하 30도 - 35도 라는 살인적인 추위 속에서 어떠한 난방 기구도 없이 단지 두꺼운 옷과 체온만으로 땅 속의 벙커에 앉아서 매일 시베리아 호랑이(정확하게는 우리 땅에서는 멸종된 한국 호랑이)를 기다린다는 것은 사실 믿을 수 없는 행위이다. 크리스는 박수용씨는 마치 선(Zen) 명상의 불교 수행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 애나는 계속해서 박수용씨의 학부 전공이 문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러한 배경 지식 때문에 호랑이 이름을 '피의 메리(Bloody Mary, 영국 여왕 Mary 1세, 1516–1558 ) 로 지었는지에 대해서 대화한다. 그리고 그 새끼 3 마리 중 생존한 2 마리 자매의 이름을 '헨델과 그래텔'로 명명한 박 수용 PD의 문학적 지식의 깊이에 대한 깊은 감탄을 대화 중에 계속 표현한다.
많은 놀라운 이야기가 있지만 그가 앉아서 기다리는 벙커의 위에 올라가 뛰어놀던 3마리의 호랑이 새끼들 중 한 마리의 발 하나가 벙커 위에 구멍을 뚫고 그가 앉아 있는 공간에 들어온 이야기도 있다.
크리스는 계속해서 박수용 PD가 믿을 수 없는 인내(Unbelievable will power)를 가졌다고 설명하고 사회자 애나 역시 놀란 목소리로 도대체 누가 그를 자극(who motivated him?) 했냐고 반문을 한다.
나는 이 대화를 다 듣고 나서.. 군 생활을 할 때, 흔히들 말하는 많이 배우지는 못했지만 (오히려 솔직히 말하면 많이 배우지 못한 면이 있기에) 믿을 수 없는 실천력과 강한 의지를 보여주었던 몇 명의 간부(장교,하사관)들과 병사들이 기억에 났다. 어떤 면에서 사람은 거창한 학력과 좋은 사회 경력을 가질수록 실제로 극단적인 상황에 접하면 더욱 겁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을 오래동안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강한 의지와 실천력은 박수용씨와 같은 단순한 개인적인 차이로만 이해를 하여야하는가. 아니면 역사적으로, 한민족 우리의 DNA 속에 수많은 지난한 역경을 지나오며 이러한 강한 정신력이 각각의 개인에게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인가. 나는 전혀 답할 수 없었다.
단지 이 서구 문명의 찬란한 과학 기술로 돌아가는 백인 사회에서, 믿을 수 없는 의지와 실천을 가지고 (전혀 먹고 사는 것과 상관도 없는) 호랑이 발자취를 찾아가는 한 한국 수행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백인들이 있다. 그들을 더욱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이 수행자'는 단순히 무식하게 극한의 추위만 잘 참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고승과 같이 극한의 추위 속에서 5백권의 책을 읽어왔고, 또한 놀라울 정도로 서구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도 있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 내가 한국에 방문하면 꼭 구해서 읽고 싶은 책이 되었다.
* 참고로 아래 참조 링크 [1]를 보면 라디오 방송의 25분 분량을 다시 들을 수 있다.
[1] CBC : Researcher tracks Siberian tigers for months crouched in freezing hole
[2] Anna Maria
https://en.wikipedia.org/wiki/Anna_Maria_Tremonti
[3] Chris Morgan
https://chrismorganwildlife.org/
[4] LUXURY: 20년간 시베리아 호랑이를 찍은 사나이
luxury.designhouse.co.kr/in_magazine/sub.html?at=view&info_id=58376
[5] Naver 블로그:
[6] 여성 동아 ; 2년간 시베리아 호랑이 카메라에 담은 EBS 박수용 PD
https://woman.donga.com/3/search/12/130223/1
[7] 중앙일보 : 박수용PD '시베리아 호랑이' 美PBS 다큐로 나온다
https://news.joins.com/article/8256023
[8] 오마이뉴스: 호랑이 수염이 내 손등을 스쳤다
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38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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