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캘거리의 산책로와 나무들

2021. 4. 25. 00:23자연과명상/자연과문화

첫마음 - 박노해
- 한번은 다 바치고 다시 겨울나무로 서 있는 벗들에게

저마다 지닌
상처깊은 곳에
맑은 빛이 숨어있다.
첫마음을 잃지말자

그리고 성공하자
참혹하게 아름다운 우리
첫마음으로

 

(많은 시인들이 나무와 꽃들을 예찬한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박노해 시인의  -첫마음-이라는 이 시를 좋아해서 다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박노해씨 역시 수많은 나무에 대한 시를 썼다는 것을 알았다. 이제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다시 한번 겨울 나무들이 살아나는 것 같은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며칠 전 아침에 아들의 직장을 데려다주면서 신호등에 서 있었는데 바로 앞에 있던 교회의 전광판에서 "봄은 변화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Spring proves that change can be beautiful) 이라는 말이 하루 종일 따뜻하게 다가왔다.

상처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누구나 상처를 잘 보듬고 나아갈 때 더 아름다울 수 있다. 그것은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의 회사에서 근무할 때 마지막 팀에서 알게 되었던 후배가 지금은 알버타의 캘거리에서 살고 있다.  (다재 다능한 그 친구와는 오히려 캐나다에 와서 한번도 만나지는 못하였어도) 오히려 전화로만 자주 연락을 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 단순하게 한국에서만의 기억으로 그 친구와 대화를 했다면 이렇게 소중하게 발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감사한 인연이다.

한국에 있을 때 고향과 군대, 직장을 통해 알게된 수많은 인연들과 가끔 연락과 안부를 주고 받는다. 아무리 소중했고 간혹 보고 싶은 친구, 동료 들이라고 하더라도 (나를 과거 몇 년 동안 보았던 자신들의 이미지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이야기를 나에게 말해주면서)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을 볼 때 나는 당황하고 더욱 침묵하게 된다. 나는 그들에게 부다가 말씀하셨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 그렇게 변화하는 가운데 같이 남은 생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분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실제로 우리의 삶은 그렇게 많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4월 23일 캘거리 친구가 보내준 산책로 사진 - 이름이 재미있다. 크리스마스 트레일 이다.

캘거리에 있는 후배와 얼마전 우연히 내가 나무 식별에 관심을 가지고 산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였더니.. 벌써 나무들에 대한 지식이 나보다 해박하다는 것을 통화하면서 눈치챘다. 산책하는 내내 통화를 하면서 고등학교 때 배웠던 "종속과목강문계" 이야기부터 해서... 재미있게 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나서 집에 도착해서 나무 도감을 열어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알고 있던 자작나무(Birch)가 일부는 포플러 또는 사시나무(Aspen)로 알려진 다른 종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상의 수많은 나무(Tree)와 관목(Shrub)들을 보면서 동일해 보이는 것들이 어떻게 같고 다른지 구분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최종적인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리는 것은 배우는 자세와도 연결되어 있다.

앞의 사진은 그 친구가 산책하면서 찍은 것을 보내준 것이다. 아마도 가문비(Spruce) 나무이거나 전(Fir) 나무인 듯 싶다.

이 친구가 보내준 재미있는 사이트는 캘거리 지방 정부에서 관리하는 나무들에 대한 정보이다. 마치 사람이나 동물 같이 나무들의 수량과 대략적인 전체 재산을 지역별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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