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목련 꽃이 피기 전

2021. 4. 23. 22:04자연과명상/자연과문화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때가 목련의 절정이다. 목련은 자의식에 가득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 때,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 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 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간 것이다. - 김훈

 

The magnolia starts growing like lighting a lamp at night. It is the climax of magnolia when its petal is still holding and huddling up.  Magnolia is full of self-conscience. The flower is showing off its gravity and keeps heading up its peak toward the sky. When the flower falls down, magnolia becomes most shabby and miserable among all other flowers on earth. The dried, twisted and yellowish petal becomes ragged and then hanged from the branch, flown, and pushed down to the ground by the wind. The flower Magnolia neither die immediately nor fell down altogether at the same time. Having hung in the branch, pieces of petal go through each life cycle to the end - birth, getting old, getting sick, and dying. The death of magnolia goes slow and heavy. Like a patient having incurable cancer, this flower finally falls down only after sacrificing itself having all pains demanded by the death.  It falls down heavily making the sound ‘puff’. With the heavy sound, magnolia ends its gravity with which it is alive. The flowers in spring are taken by either wind or soil. Light flowers die lightly and heavy flowers die heavily, but spring is almost finished when magnolia goes away. - (번역) 서목

 

2021년 4월 23일 아침 산책 중

개인적으로 목련 이라는 꽃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양희은의 노래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김훈 작가의 수필에서 그 목련에 대한 감정은 절정에 달했다. 2015년 한국을 방문을 했을 때 영화를 공부하는 한 젊은 친구와 '김훈 작가와 함께 하는 자전거 여행'을 화성 일대에서 같이 했는데 그 친구와 인연으로 그 수필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리고 그 친구가 만든 작은 작품 영화의 출품을 위해서 영문 번역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봄이 오면서 우리 이웃의 한 집 앞에 있는 목련 꽃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김훈 작가의 말 처럼.. 가날픈 가지에 저렇게 자의식이 가득찬 커다란 봉우리들을 중력에 반하여 하늘로 치켜올린다는 것이 신기하다. 목련 꽃이 활짝 피는 것은 실제로 봄이 오는 것을 말한 것이 아니라.. 작가의 말대로 봄이 지나갔다는 것을 말하는 대목은 뼈아프다. 그것은 꽃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젊음을 말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2021년 4월 23일 아침 산책 중 - 김훈 작가의 말과 같이 가까이서 보면 각각의 봉우리가 자의식에 차 있는 느낌이다.

 

 

'자연과명상 > 자연과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상] 나 역시 갇혀 있는지  (0) 2021.04.29
[산책] 강릉의 봄  (0) 2021.04.28
[산책] 캘거리의 산책로와 나무들  (0) 2021.04.25
[산책] 벚꽃 인지  (0) 2021.04.24
[산책] 나무들의 실루엣  (0) 2021.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