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벚꽃 인지

2021. 4. 24. 23:13자연과명상/자연과문화

봄 산의 물가에서 모든 엽록소들은 개별적이다. 신생한 이파리의 어린 엽록소들은 빛과 물을 빚어서 유기물을 합성해 내는 것이라고, 식물학 책에는 쓰여져 있는데, 나무의 내부에서 그 '빚어짐'이 어째서 가능한 것인지, 그 '빚어짐'은 사실상 어떤 회피할 수 없는 충동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인지, 왜 '빚어지는' 것인지, 그 빚어짐을 가능케 하는 시간과 빛의 은밀한 작용의 질감은 어떤 것인지를 말할 수 없는 한, 내가 읽은 식물학 개론은 결국 '산 나무는 살아간다'는 이 단순한 명료한, 하나 마나 한, 그러나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외마디 비명의 가엾고도 지루한 동어 반복이었다. 풍경과 상처 (산유화 p 77) 김훈

2021년 4월 24일 (토) 아침 산책 길에서

안 사람과 같이 강아지 산책을 하는 덕에 내가 나무 가까이서 찍을 수 있었다. 찍고 보니 실제로 볼 때보다 봄 기운이 느껴졌다. 김훈 작가의 말대로 이파리 하나하나가 개별적이고 아름답다. 무한대의 동의어 반복과 같은 이러한 생명의 순환에서 우리는 이러한 기운을 100번도 채 느끼지 못하고 사멸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 미치니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4월 24일 (토) 아침 산책 길에서

 

 

2021년 4월 24일 (토) 아침 산책 길에서

작은 가지를 떼어와서 책상에서 도감을 꺼내고 비교해 보았다. 또 다시 쏟아지는 식물 도감의 수많은 학명과 전문적인 용어들에 당황했다. 이 나무가 벚꽃(Cherry)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Sweet Cherry Tree 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다. 일단 와인잔에 물을 넣고 벚꽃 가지를 넣었다. (이 가지에 미안하지만.. ) 어느 정도 생명력이 버티는지 궁금하다. 

요즘 나무를 배우면서, 자주 통화하는 캘거리의 직장 후배 한 분과 대화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2021년 4월 24일 (토) 아침 산책 길에 따온 잎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