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6. 07:33ㆍ북미 이야기/가벼운 책 이야기
1. 답사기 "중국편"이 시작되며
유홍준 교수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중국 편이 시작되었다. 작가 스스로 고백한 것과 같이, 해당 "답사" 지역을 10번 이상 방문하거나 돌아본 이후 쓴 기존의 답사기들과 비교하면, 사실 이번 중국 편은 총 4번의 여행을 바탕으로 쓰게 된 '여행기'에 더 가깝다고 말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 본인도 부족한 부분을 공부해가면서 써 내려간 중국 편 답사기 3권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고 고군분투하는 작가의 노력과 흔적으로 기존의 국내와 일본 편과는 또 다른 면모를 가지고 있다.
중국 편 1권의 소제목이기도 한 "명사산 명불허전"의 명불허전이란 말의 가치는 유홍준 교수에게도 해당한다. 우리 사회에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자명한 사실을 각인시켜주었던 작가는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벗어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놀랄만한 자기 절제와 노력을 통하여 부족한 부분을 배우고 채웠다는 것을 책의 여러 부분에서 읽고 느낄 수 있다.
일단 이 책은 많은 정보와 더불어 무엇보다 재미있다. 2019년 말 우한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최근의 서안에서의 봉쇄 뉴스로 인하여 중국 여행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남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중국 편 답사기는 여전히 중국의 문화와 역사가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문화적인 친밀감이 있다는 것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개인적으로 책을 처음 읽은 후 가까운 지인들에게 책을 선물로 보내주기도 하고 소개를 하였다. 하지만 중국 편 전체를 세 번 정독한 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었고 이러한 이유가 이 책에 대한 서평을 쓰도록 결심하게 된 것이다. 3권에 걸쳐서 매우 방대한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나의 서평에서 설명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책의 전체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독자들이 직접 읽어보는 것을 대신할 수는 없는 법이다. 따라서 이번 중국 편을 소개하는 방법으로, 전체 개요와 책의 이야기를 구성해가는 작가의 여러 가지 의도적 장치들을 중심으로 소개를 하는 흐름으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처음 중국 편을 읽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부분들이 두세 번 정독을 하면서 비로소 보이고 느끼게 된 작가의 깊은 배려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으리라 느꼈던 마음의 전달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는 믿음이다.
2. 답사기의 주요 내용
책 3권의 제목과 주요 답사지역은 아래와 같다.
중국편-1 돈황과 하서주랑 (명사산 명불허전)
중국편-2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
중국편-3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 (불타는 사막에 피어난 꽃)
답사기는 중국의 서안을 포함하는 "섬서성"과 하서주랑과 돈황을 포함한 "감숙성", 그리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까지 3개의 지역을 중심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책 3권의 소제목들과 위의 세 지역적 범위가 다소 혼동이 오는 부분이 있다. 가령 예를 들면 1권은 섬서성의 서안으로부터 시작하여 마지막에 도착한 돈황 지역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돈황" 자체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는 2권에서 집중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1권의 소제목은 "(서안)과 하서주랑", 2권이 "(돈황)의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이었다면 제목과 여행 범위가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3권 전체의 분량은 적지 않지만 읽는 내내 역사, 지리, 미술, 고고학 사건 등과 같은 수많은 이야기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치 흥미롭다. 개인적으로는 책을 세 번 가량 정독을 하면서, 출판 기념 독자와의 만남에서 작가 본인이 강연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정리가 되었다는 점을 부언한다.
3. 실크로드 지역을 중국 답사 일번지로 정한 이유
무엇보다 작가가 왜, 중국의 수많은 지역 중 '실크로드'를 답사기의 처음으로 결정하였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출판 기념 강연에서 이 질문은 "중국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와도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안(장안), 낙양부터 쓰면 중화 주위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강남 문화부터 쓰게 되면 본격적인 것은 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서역을 중심으로 55개의 소수 민족과 중국을 다 같이 바라보면서 현재의 (한족) 역시 그중 하나라는 것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줄 수 있지 않을가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창비교육 연수원의 다른 강연에서는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한반도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사로서 한반도의 역사만 보지 말고, 또 중화사상에 입각해서 흉노를 어떻게 때려 잡았는지만 읽지 말고, 그들은 어떻게 서역 속에서 살았는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가를 보면서 우리 조상님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같이 느꼈으면 하는" 것이 "중국 답사 1번지'로 써놓은 가장 이유라는 것이다.
이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인접 국가로서 생존해 온 우리의 관점에서, 부지불식 간에 중국 위주의 사고방식에 사로잡혀서 보다 큰 그림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인식일 것이다.
3.같이 여행하는 '도반'들의 다른 시각으로 보여주는 여행의 모습
내가 개인적으로 유홍준 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담백하고 겸손하게 전개하는 문체도 있지만, 작가의 언어 속에서 느껴지는 인격적인 성숙함이다. 그리고 이번 답사기에서도 본인의 연구 분야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제들을 설명하는 작가의 배워가는 자세를 읽고 느낄 때마다 작가에 대한 존경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답사기들에 이어 이번 3권의 실크로드 편에서도, 같이 여행을 하거나 (또는 책을 쓸 때 도움을 받은) 지인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의도한 바가 크겠지만, (건축이나 종교 역사와 같이 다소 부족할 수 있는 전문 분야에 대한) 해당 전문가의 견해를 통하여 입체적인 지식의 모습을 보여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자신이 배워온 지식에 대하여 자기 혼자만의 공치사가 아닌, 같이 배워 온 지금까지의 "예술적 도반"들에 대한 우정과 감사함의 마음이라는 것을 읽는 내내 느꼈다.
이러한 많은 문화적, 예술적 주제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혼자서 만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같이 여행하고 대화하며 함께 배우는 지인들과 오랜 교류, 그리고 자신의 책에 대한 애독자들에 대한 지지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단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만 나열하는 것을 벗어나, 여행지에서 지인들과 같이 지식을 배워가는 과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은 작가의 겸손함이 없다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성숙함일 것이다.
책에 나온 몇 가지 예를 구체적으로 들면 다음과 같다. "난주 병령사석굴" 답사(1권 150쪽) 중 황토 고원 지역의 동굴 주택인 "야오둥"을 설명하는 방식은 버스 안에서 설명하는 민현식 건축가의 이야기 전체를 인용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리고 추가적인 설명을 더 요구하는 작가 본인의 "그래서요!"라는 질문까지 읽으며 버스 안에서의 분위기가 따뜻하게 느껴졌다. 이어서 민현식 건축가의 목소리를 통하여 이야기되는 설명을 읽으면서 "배운다"는 것은 모든 것을 혼자 책을 읽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옆에 있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주고받는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하서사군 (1권 199쪽)에 해당하는 무위(양주), 장액(감주), 주천(숙주), 돈황(사주)의 "지명을 외우"는 이야기에서는 작가의 이러한 배우는 자세가 보다 자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역시 오랜 벗인 이광호 한문 전공의 교수와 다른 친구분들과 이 지명을 가지고 놀면서 공부하는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하였다. 우리에게는 (괄호 안의 이름과 같이 당나라 때 불렸던) 낯선 지명들을 공부하는 과정에 같이 있는 지인들과 잡담하듯이 벌어지는 술과 역사 이야기를 통하여 여행하는 일행의 풍속화를 보는 듯 하다.
마지막 "그는 내게 그런 친구다"라는 여운의 이야기를 소중한 지면을 통하여 소개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함께 배우고 아끼는 지인들을 오래도록 같이 기억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이러한 섬세한 배려는 답사기가 전문 연구의 지루한 글로만 도배되지 않고 다채로운 다른 이야기들과 함께 살아 있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듯 30년이 넘는 세월을 통하여 지속해서 진화한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작가를 우리 시대의 존경받는 한 선생님으로서 세워주었다고 나는 이해한다.
여행 중 생기는 사람들 간의 가벼운 이야기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와 닿은 이야기 중 하나는 (2권 89쪽) "희영수"하는 작가와 지인들의 모습이다. 여행을 같이한 김정헌 화백이 그린 최선아 교수의 초상화를 두고 지인들과 같이 '희영수'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칠순의 어른들이 품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즐거움을 나누는 여행지의 모습이 마치 풍속화 같이 흘러간다.
5. 답사지와 관련된 많은 시인과 시들의 소개
국내 답사기에서도 작가가 밝힌 적이 있지만, 답사 장소나 문화 유적과 관련된 시인 또는 의미 있는 시들이 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소개하고 있다. 중국 편 1권에서는 '감숙성의 첫 도시, 천수'에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두보, 이백과 같은 유명한 시인들의 많은 시를 소개한다.
같이 여행을 온 일행이 저녁, 그 지역의 유명한 술 ' 서봉주'를 마시러 모두 나간 사이, 다음날 여행할 맥적산석 자료를 찾고 공부하려고 혼자 남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백의 '월하독작'이라는 (1권 93쪽) 시를 소개하며 마무리 짓는다. 아마도 행간에 느껴지는 작가의 마음은 같이 어울리고 싶은 마음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글을 아껴온 수많은 독자의 기대를 위해서라도 답사기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더 잘 쓰기 위하여 호텔 방에 혼자 남아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 속에서, 어떤 수도승 같은 마음마저 느껴졌다면 나의 억측일까.
작가의 전공인 미술사를 염두에 두고서 답사기 내내 소개되는 이러한 시들에 대한 음미는 여행 지역에 따른 역사와 함께 책을 읽는 큰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답사기 일본 편의 서두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역사, 문화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토를 소개하기 전 마치 '미적분'을 푸는 학생의 마음에서 설명하는 심정이라는 표현이 다시금 기억이 났다.
왜냐하면 돈황과 실크로드를 설명할 때 그에 대한 불교적인 배경과 역사 이야기만 들어도 충분히 좋은 글로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크로드의 누란과 관련된 시인 김춘수의 시를 소개하는 부분을 두세 번에 걸쳐 다시 읽으면서, 처음 읽을 때는 전혀 와 닿지 않은 답사기에 대한 전체 그림을 조금씩 깨닫게 되었다. 이 서평을 쓰는 나 스스로 (이공계 출신으로 IT 업무만 20년 넘게 해오던 입장에서) 중국 편 답사기의 이러한 전체 구도는 작가가 선형대수 문제의 다차원적인 해석을 시도한 듯한 인상을 받았다.
6. 작가가 추천하는 전문 서적들
작가가 강연회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이번 답사기를 쓰기 위해서 읽었던 많은 양의 관련 서적들 앞에서 기념으로 찍은 사진을 3편의 표지 바로 다음 장에 실었다. 중국 답사기 3편 내내 작가가 읽고 참조한 많은 분량의 관련 서적들을 마지막 3권의 마지막에 잘 정리되어 있다. 유홍준 교수의 다른 작품인 "추상 김정희(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편의 말미에 소개된 참고문헌도 매우 잘 정리되어 있었는데, 이전의 답사기와 비교할 때 이번 중국 편에서 가장 높게 평가해주고 싶은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책의 내용과는 별개로 이러한 추가적인 노력과 시간을 아끼지 않은 작가와 편집부의 노력에 깊은 찬사를 보내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발행하는 많은 전문 서적들을 읽을 때마다 비록 좋은 내용의 서적이라 하더라도 항상 느끼는 아쉬움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쓴 책에 영향을 준 관련 서적과 인용과 같은 소개를 하기 위한 노력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는 지적 저작권에 대한 남의 생각을 인용하는 자세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책을 읽고 좋은 영향을 받고 그에 머물지 않고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나 다음 사람들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저자이기 전에 한 독자로서의 작가의 모습은 출판 기념회 강연회에서 자신의 책에 대한 독자들과의 대화에서도 성실하게 나타난다. 강연 이후 대화 시간 중 어느 한 독자의 "실크로드를 더 잘 이해하려면 광대한 중국사에서 어떤 부분을 파고드는 것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유홍준 교수는 55개 소수 민족에 대한 한 중국 저자의 "절반의 중국사" 번역서를 주저 없이 소개한다. 읽고 난 후 작가가 소개한 이러한 관련 서적에 대한 유혹은 매우 강렬해서 추가로 사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자제가 필요할 정도였다.
3권의 중국 편에서 작가가 언급하는 수많은 관련 서적 중 내가 인상 깊게 소개받은 것들만 나열을 하면 다음과 같다.
1권의 98쪽에서는 석굴 사원이 풍습을 설명하는 마이클 설리번의 '중국 미술사'를, (184쪽)에서는 불교가 중국에 전파하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에릭쥐르허 '불교의 중국정복'을 설명한다. 그리고 205쪽에서는 작가가 여행길에 들고 다니며 공부한 5권의 책이 소개되어있다. 문명 교류사를 설명한 정수일의 '실크로드 사전', 돈황 연구를 한 권영필의 '실크로드의 에토스'와 김호동의 '아틀라스 중앙 유라시아사', 강인욱의 '유라시아 역사 기행, 그리고 고홍뇌의 '절반의 중국사'와 같은 책들이다. 또한 (297쪽)에서 이수웅의 '돈황문학과 예술', (294쪽)에서 유진보의 [돈황학이란 무엇인가], (317쪽) 명사산 월아천에서는 이노우에 야스시의 소설 [돈황]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들이 재미를 더한다.
2권 28쪽에서는 [돈황: 명사산의 돈황] 이라는 비교적 전문가의 서적을 통하여 자세한 돈황의 역사를 소개한다. 2권 62쪽에서는 최연식 교수가 번역한 에릭쥐르허의 [불교의 중국 정복]이라는 책을 소개하며, 여러 가지 경전들이 어떻게 중국에 소개되었는지 전문가의 입을 통하여 우리에게 들려준다.
3권 역시 많은 관련 서적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책의 서문에 잘 정리가 되어 있다. 서역의 번영했던 6개의 연합국가를 소개한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 정수일의 "실크로드 문명기행", 피터 홉커크의 "실크로드의 악마들", 발레리 한센의 "실크로드: 7개의 도시" 등과 같은 주옥의 관련 서적들이 소개된다. 특히 내 또래의 연배들도 기억하는 1980년 일본 NHK와 중국의 CCTV가 공동으로 만들었던 "실크로드"와 2005년 KBS도 참여한 "신 실크로드"까지 방대한 기록 영상까지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나온 국내와 일본 편 답사기들에 대해서도, 미래에 추가적인 개정판이 나올 때는 어느 정도 중요한 관련 서적을 이번 중국판과 같이 잘 정리해서 소개해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져보았다.
7. 중앙 아시아와 우리가 가진 문화들과의 연관성
90년 초 작가의 답사기가 처음 나왔을 때, 작가가 말한 '아는 만큼 보인다'는 우리 주변의 문화 자산에 대해서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끔 인식하게 해준 화두였다. 저자는 이번 중국 답사기에서 이 명제를 확장시켰다. "아는 만큼 상상"할 수 있다고(1권 35쪽).
개인적으로 마지막 한국을 방문한 2015년 가을, 국립중앙 박물관을 2번째 방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 때에도 중앙 아시아의 유물들이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관람 장소를 지나치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어떠한 이야기들과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는 더더욱 몰랐다. 이번에 답사기를 읽으면서야 '오타니 컬렉션'을 통하여 약 1700 점의 유물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것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이해했다.
우리 주변에 있는 수많은 유적 유물들이 각각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근/현대사가 복잡하게 얽매여져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돈황을 비롯한 수많은 중앙아시아 유물들이 우리에게도 일부 들어와 있고, 추사 김정희의 돈황의 구륵본에 대한 해박한 견해가 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들도 차분하게 쓰여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돈황학"(1권 281쪽)에서는 "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누란' 이라는 시와 윤후명 작가의 '돈황의 사랑'과 같은 작품들에 대한 소개를 한다. 계속하여 "김춘수의 서풍부"(3권 53쪽) 라는 시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잔잔하지만 깊은 감동을 받았다. 왜냐하면 역사/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누란이라는 곳이, 현재의 우리 문화와 예술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자각을 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물과 근 현대사의 예술 작가들에 영감을 준 작품 뿐만이 아니라 과거에 우리 선조들과 교류한 생생한 역사 기록으로서의 가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돈황연구원 이신이 확인한 40명의 한국인"(1권 278쪽)에는 돈황 지역에 있는 석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선조들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인이 그려진 것이 모두 40개"라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계속하여 (1권 279쪽) '오대산도' 라는 석굴의 그림 안에는 오대산을 방문한 각국의 석굴 중 신라에서 보낸 사신과 고려에서 보낸 사신이 동시에 존재하고 "10세기 초 (잠시나마) 신라와 고려가 공존"했던 시기에 각기 다른 정치 체제의 대표들이 이곳을 동시에 방문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마치 신문으로 기록을 보는 듯한 역사적 증거를 접하기도 한다.
고구려 후손인 고현(3권 136쪽)이라는 장군과 고선지 장군(3권 270쪽)에 대한 이야기, 혜초 스님의 눈물(3권 413쪽) 이야기에서 고대의 우리의 선조들이 얼마나 활발한 교류와 역사적 발자취를 강렬하게 남겨두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작가가 언급한 고선지 루트라는 다큐멘터리 3부작을 시청하였는데, 고선지 장군의 이야기는 가슴 저리면서도 우리 선조들의 활동 영역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 탈라스 전투에서 패배를 하였으나 이슬람 측에 잡힌 당나라 포로에 의하여 종이를 만드는 기술이 유럽에 퍼지게 된 이야기와 고선지가 단순한 당나라의 수많은 장군 중 한 명이 아니라, 중국 최초의 세계사적인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안서도호부라는 서역의 전체적이고도 전략적인 지역을 담당하였던 역사적 인물이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8. 아쉬운 부분
완벽한 것은 없듯이 여러 번 책을 읽으면서 중국 편 답사기에서 옥의 티에 해당되는 것들이 보였다. 혹시라도 계속되는 중국 편이나 국내 답사기의 개정 판에서 참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적는다.
빔비사라 왕의 죽음 이야기
불교 역사 중 하나인 인도 "왕사성의 비극"(2권 69쪽)에서 빔비사라 왕 이야기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답사를 같이 한 원욱 스님의 설명을 통하여 전개되는 이야기 중, 왕의 아들 아사세가 왕위 찬탈 이후 자신의 아버지인 빔비사라 왕을 죽이려고 한다는 결론 부분이다. 빔바사라 왕은 자신의 아들이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로 만들지 않기 위하여 직접 사형을 집행하는 관리를 통하여 자신을 죽이라고 명령을 내린 것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들 아사세의 사형 중지 명령이 도착하기 전에 빔비사라 왕은 스스로 내린 사형 명령에 의하여 죽는 결론은 더욱 극적인 부분을 강조하기 위하여 그러한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빔비사라 왕이 죽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들도 있다는 언급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진과 시의 중복
"북위시대 불상의 보고, 맥적산석굴"에서 보여주는 제 44굴 불상의 사진(1권 112쪽)과, 비록 같은 불상 사진(1권 131쪽)이지만 "수골청상"의 아름다움과 측면의 차이를 보여주기 위한 다른 각도에서의 사진이라 매우 좋은 배치라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1권과 3권에서 소개하는 막고굴 제 98굴에서 보여주는 "호탄 왕과 왕비"의 두 사진(1권 289쪽, 3권 352쪽)은 동일한 그림이다. 3권에서 소개하는 비단의 도시였다는 호탄의 왕이 "아리안계 인상"이 있고 왕비는 중국인이라는 설명이 있다. 따라서 단순하게 동일한 그림을 중복해서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야기 흐름에 해당하는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보여주는 인물 사진에 대한 확대가 있었다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진 배치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마찬가지로 혜초 스님의 외로운 심정을 노래하는 시가 2권(164쪽)과 3권(414쪽)에 중복되어 나온다. 사실 이 부분은 2번 언급이 되어도 좋을 만큼 감동적인 내용이긴 하지만, 2권에서는 언급만 하고 마지막 3권에서 여운을 더욱 깊게 하여 소개되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도 들었다.
답사기 설명 지도의 한계
마지막으로는 이야기보다는 답사와 관련된 지도 부분이다. 예를 들어 답사기의 흐름대로 주요한 여행지마다 시작하는 한 페이지를 지도로 보여주고 있지만, 답사 지역 이야기 전후에 해당하는 다른 지도와 연결해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큰 그림을 잡기가 수월하지 않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1권( 228쪽) "만리장성 가욕관"이 시작하는 지도와 그 전의 (186쪽) 하서사군을 설명하는 지도가 우측 난주를 제외하고서는 전혀 차이가 없으며 이 지도의 어떤 지역들을 집중적으로 답사하는지에 대한 이해를 크게 돕지 못하고 있다.
9. 결론
이러한 아쉬움에 불구하고도, 개인적인 결론을 말하자면 이번 중국 편 역시 기존의 답사기 이상으로 재미있으며 유익하다. 작가의 전공과 연령을 고려할 때, 많은 주제를 대하면서 어떻게 연구하고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기념적인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3권을 읽고난 후 앞으로의 중국 답사편들이 궁금했다. 작가는 한 강연에서 "누가 나보다 (중국편) 더 잘 쓸 수 있는 답사기가 있다면 이런 고생을 하지 않고 그냥 그 책을 읽고 싶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찌보면 자만한 듯한 표현일 수도 있는 이러한 말에는 높은 자긍심과 사회에 대한 지식인으로서의 실제직인 책임감에서 나온 말이라는 것을 느꼈다.
처음 강연회의 동영상을 본 이후에는, 작가의 다소 교만한 듯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다시 읽고 읽으면서 작가가 여행 중에 수없이 공부하고 다시 찾아가고, 그 와중에서도 절제하며 자료를 찾고 하는 겸손한 과정을 읽으면서 오히려 이러한 표현이 겸손함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전에도 국내 답사기를 많은 독자들과 같이 하였었다. 아래 광고는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인데, 2019년 6월 25일 유홍준 교수와 떠나는 중국 답사 기행을 일반 시민들과 같이 하는 여행 광고였다. 작가는 개인적으로 이미 세네 번의 답사를 마치고 책의 탈고를 겸한 시민들과 같이 하기 위한 기회로 만든 자리였을 것이다.
작가가 쓰고 싶어하는 중국 편 답사기는 매우 많다. 서문인 "중국 답사기를 시작하며"(1권 10-12쪽)에서 말하였듯이 산동성 곡부에서 양주, 소주부터 삼국지 현장까지, 그리고 연암 박지원이 '열하일기'에 기록된 사신의 길, 대한민국 임사정부 답사와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 지역까지...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많은 중국 지역을 유홍준 교수의 목소리를 통하여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작가의 나이를 고려할 때 모두 집필이 가능할 지는 쉽게 장담할 수 없다. 단지 앞으로도 오랜 시간 건강하여 중국을 포함하여 우리 문화와 관련된 많은 주제와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해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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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관광 (유홍준 교수와 함께 떠나는 중국 답사기행)
나의문화유산답사기 9권 (서울편 1) 창경궁에서 창경원으로 (p403 - 404) 박상진 교수 '궁궐의 우리 나무(눌와 2001)' 소개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746567.html
https://blog.naver.com/tpkaltour/221537070877
[특별기고]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 / 유홍준
주구사 반가사유상이 모국이나 다름없는 한반도에 와서 그의 조상인 우리 국보78호와 마주하고 있는 것을 보자니 한일 고대문화의 교류가 재현된 것만 같은 감회가 일어난다. 1400년 만의 만남인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746567.html)
반가사유상[1]
반가사유상 半跏思惟像 본 내용은 유홍준 교수님의 저서 '안목眼目' 중 '반가사유상'의 내용을 중심으로 준비했습니다.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연원 및 변천반가사유상은 부처가 깨달음을 얻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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