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흥국사 - 템플스테이1

2022. 4. 30. 06:59자연과명상/자연과문화

간단하게 블로그에 일기를 쓰기 위해서 사진을 찍었는데도 아침에 검토해보니 100 장 가까이나 된다. 모든지 넘치는 것이 문제이다.

7년만에 한국에 와서.. 2 주간 정신없이 강원도와 충청도, 경기도, 서울을 헤짚고 다니다가.. 월요일부터 다시 한국에 있는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 긴장감이 다가온다. 15년 만에 한국의 직장에서 다시 한국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작은 것이라도 마음가짐을 잡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이번주 원주에서 만나기로 한 대학원 동기인 한 누님이 코비드에 확진되어 갈 필요가 없게 되었다. 목요일 월세 계약 신고를 분당 금곡 동사무소에서 신고를 마치고 ..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사찰들에 대해서 인터넷 검색을 하였다. 고양시 흥국사가 눈에 띄었던 이유는 서울과 가까운 위치라서 쉽게 다녀올 수 있겠다 싶었다. 다음 날인 일요일은 강남에서 친한 선배 부부와 점심 약속도 있어서 시간을 맞추기도 편했다.

요즘 한국의 템플 스테이는 인기가 있는지 .. 예약 전화를 하니 처음에는 모두 차 있다. 몇 번을 시도해서 전화 통화를 했는데.. 마침 취소가 있어서 자리 하나가 남았는데 다른 일행에게 물어보고 알려주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금요일 저녁 서울 역 근처에서 다른 분과 저녁 약속이 있어서 만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자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빙고 !!

흥국사 들어가는 입구와 4월 30일 행사

어머니 집인 안산에서 일찍 나와서 구파발 가는 3호선 기차를 타고 내렸다. 버스를 갈아타고 내리니,  입구까지 가는 길은 멀지 않고 깨끗하고 봄날이라 걷기에도 편하다. 도착하자마자 사찰의 봄날 작은 행사가 있어서.. 붕어빵 만들기와 여러가지 사찰 음식들을 만들고 체험하는 사람들이 붐볐다. 집에 가져갈 떡을 몇 개 챙겨 가방에 두고 종무소에 가서 템플 스테이 등록을 하려고 물었더니 담당 보살님이 점심공양부터 하였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공양부터 하시고 와서 등록을 하라고 한다. 

프로그램에는 저녁과 다음 날 아침 공양만 준다고 적혀 있어서,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집에서 가져온 빵을 먹으며 버스를 기다렸는데 약간 당황했다. 절밥이 맛있다는 말은 언제나 옳았다. 약간 많은 양을 다 먹고 숙소에 자리를 잡자마자 1 시간을 식권증으로 졸고 있는데 사찰 소개를 한다고 모이라고 한다.

멀리 도봉산(?) 인지.. 관악산인지..

 

담당 보살님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분 같지는 않지만, 성의껏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해주셨다. 이 절은 원효대사가 최초로 절터를 만드셨고, 조선 영조 대왕이 하루를 쉬어 가시면서 나라가 흥하라는 의미로 "흥국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 이후로는 불교가 억압적이던 조선 이지만 왕실의 사찰 중 하나로 오랜 시간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고 한다. 몇 가지 영조가 왔다가신 흔적들을 흥미롭게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나는 원효대사의 전설에 감탄했다. 

언제고 법륜 스님의 한 강의에서 원효 대사에 대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원효대사가 대중 속으로 들어가면서 우리나라 방방곡곡에 원효대사의 흔적이 닿지 않은 사찰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한 사람의 흔적이 그렇게 오랜 시간 많은 사찰에 진하게 남겨 있을 수 있었을까.. 

인터넷에서 인기 있는 자현 스님의 유모스런 설명 중..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자기들의 선배 (같은 스님이니까..) 들이 "알박기"를 가장 성공적으로 한 사례라고 한다. 즉 한반도의 모든 좋은 경치에는 사찰들이 반드시 들어와 있다는 것이고, 좋은 경치를 보려면 절로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흥국사의 전망대에 서니..멀리 원효봉을 비롯한 유명한 봉우리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저녁에는 강정 만들기를 같이 하고, 7시 경 저녁 예불을 마치고, 명상 강좌를 했다. 현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도 하는 한 보살님이 와서 한 시간 정도 명상 체험과 대화를 했는데 나는 졸려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명상(좌상) 강정 만들기(좌하) 멋쩍게 서서(우)

일찍 잠자리에 들고, 아침 4시 반에 시작하는 새벽 예불을 하면서 정신은 맑아졌다. 2018년 1월 법륜 스님과 400 명의 도반이 인도 여행을 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아침 예불을 하면서 새삼 느낀 것이 있다. 일찍 일어나면 언제나 하루가 길다는 것이다. 실제로 템플 스테이 하러 온 젊은 20대 중반의 두 여자들은 아침 식사 이후 청소 시간까지 숙소에서 나오지를 못한다. 늦게 일어날 수록 하루는 짧을 것이다. 

8시에 내가 머문 방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스님과 차를 마시며 대화하는 시간이라고 알려준다.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방에 가서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9시에 가까워지자 이야기는 꽃을 피웠다. 30대 중반의 젊은 스님인데 무시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새삼했다.

젊은 스님이 나와 한 할머니까지 포함하여 우리 6명에게 차를 주며 대화하는 것이 마치 어른이 어린이를 대하듯이 하는 것이 이상했지만 .. 한 시간이 채워지며 내 마음은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중 한 이야기는 어떤 일을 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 이라는 것이다. 땅에 금이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아무리 힘들어도 금이 나올때까지 삽질을 하듯이.. 믿음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새로이 시작하는 나에게 필요한 화두였는지 모른다.

비록 적지 않은 스님들의 일탈과 소란은 있지만, 여전히 평생을 수행을 하며 살고 있는 스님들의 삶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템플 스테이를 하루 이틀 경험하면서 수행자가 된 듯한 착각을 하는 것은 경계할 일이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예불을 하며 평생을 수행을 하는 스님들에게 나이를 떠나 존경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석가모니가 불법승 .. 삼보의 개념을 만들지 않았을까..

불교를 설명하는 한 역사학자의 이야기 중.. 만약 '승'이라는 것이 없었다면 불교는 하나의 고대철학으로 끝났을 것이라는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불교가 오랜 세월 민중과 같이 살아왔던 생명력은 스님들의 존재가 있었음이 확실하다. 그런 면에서 토론토의 한인 불교 모임은 스님도 많지 않고 젊은 불교 신자들도 많지 않다. 젊은 불교 신자들이 많아야 좋은 스님들도 북미에서 자생적으로 출가를 할 터인데.. 그런 날은 올것인가.. (내가 너무 불필요한 고민까지 하는 듯 했다.)

아침에 청소를 마치고 종무소에 인사를 하며 토론토 한인 불교 회관에서 만든 '불연' 잡지 4권을 드리고 왔다. 이것이 작은 인연이 되어 캐나다의 한인 불교인들이 다시 커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참고]

템플 스테이 사이트

https://www.templestay.com/

 

템플스테이 예약홈페이지

템플스테이는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산사에서 수행자의 일상을 경험하는 전통문화체험 프로그램입니다

www.templestay.com

 

템플 스테이 - 고양시 흥국사

https://www.templestay.com/reserv_temple_rest.aspx?ProgramId=2212

 

템플스테이 | 참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프로그램 소개 마음에 쉼표를 찾다 “마음에 쉼표를 찾다” 사찰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입니다. 고요히 자신을 돌아보면서 쌓였던 스트레스와 각종 부담감을 털어내고

www.templest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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