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명상(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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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작은 새의 죽음
8 월 21일 (토, 2021) 오후인가 아내가 다니는 장로교회에서 회의가 있어서 다녀왔다. 거실에 들어왔는데 아내가 보여줄 것이 있다고 하며 피아노 위에 올려놓은 (아래 사진 속의) 작은 새를 보여주었다. 깜짝 놀랐다. 죽기 10분 전의 새의 모습 이름도 모르는 새를 어떻게 데리고 왔냐고 물어보니, 잔디 물을 주는데 도망가지 않고 비실 대며 바닥에 있기에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간혹 눈을 떴지만 대부분은 눈을 감고 미세하게 흔들리며 서 있었다. 집에 있는 강아지가 건들지 못하게 탁자 위에 올려놓고 있는 사이에 아내의 교회 친구 분이 집에 차를 마시러 왔었다. 조금 편하게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헝겊 위에 새를 올려 두고 물을 주어도 전혀 미동이 없었다. 간혹 아내가 와서 건들면 그때서야 가끔 눈을 뜨거나..
2021.08.31 -
[산책] 마을에 다가온 봄의 완성
나무 - 윤동주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블로그 일기를 쓰고 있는 지금 내 방의 창문 밖에 봄 바람이 불고 있다. 원인과 결과를 장난 치듯이 말하는 윤동주의 짧은 시가 눈을 잡는다. 우리 집을 들어오는 거리의 이름은 Buttonbush Crescent 이다. 2012년 이사를 온 후 이제 만 9년째 살고 있으니 가정을 꾸민 이후로 가장 오래된 거주지이기도 하다. 이 거리수로 동일한 나무들이 심어져 있는데, (여름에 우리 집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시원하게 무성한 잎새의 커다란 나무들로 오래된 마을같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하였다. 이사를 오고 처음 2-3년 간은 큰 의미 없이 지나갔는데 ,이 나무를 보면서 항상 신기한 것은 다른 나무들보다 이파리가 가장 늦게 나고 ..
2021.05.26 -
[산책] 나무 이름 하나를 찾고서..
칠엽수 꽃 - 백승훈 햇살 따가운 늦은 봄날 나무 그늘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가 바닥에 떨어진 꽃을 보고 걸음을 멈췄을 때 훅, 하고 나를 스치던 꽃향기 문득 향기의 진원지가 궁금해졌을 때 친구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파리가 7장이라 칠엽수라 부르는 조용히 손을 들어 나무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나무 위의 아이스크림 닮은 꽃들 좀 봐 그냥 바라만 봐도 달콤하지 않니? 우리가 나눈 정담처럼. 지난 해 부터 수없이 지나다니면서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던 나무의 이름 하나를 알아낸 것 같다.나무가 처음 잎새가 열릴 때는 전혀 감도 잡지 못하다가 잎새가 7개가 활짝 핀 것을 아래 한 사이트를 통해서 조회를 해보고서야 알았다. Horse Chestnut (서양 칠엽수) 또는 우리에게는 마로니에(marronn..
2021.05.19 -
[산책]단풍이와 단풍 나무들을 바라보며
나무는 - 박노해 나무의 진화는 몸집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개체를 늘리는 것 나무의 진보는 자신의 거대한 성장이 아니라 숲을 이루는 것 나무의 자유는 홀로 선 나무가 아니라 숲 속에 '함께하는 혼자'인 것 박노해 2015.05.23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은 '단풍'이다. 영어로 Maple 이라고 부르고 마을 사람들도 멀리서 보게 되면 "maple!" 이라며 반가워 한다. 아침 저녁으로 단풍이와 두번씩 산책을 하는 것은 나에게 큰 즐거움이고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는 겨울 내내 가지로만 버티던 나무들의 잎새가 모양을 갖추면서 대부분의 나무들이 단풍 나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단풍 나무들의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지 전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똑 같은 종이라 하더라도 어린 나무와 성년이 ..
2021.05.13 -
[단상] 나 역시 갇혀 있는지
5월이면 부처님 오신 날이 있는 달이기도 하다. 큰 일은 아니지만 이곳 불교인회 일을 도와주다보니, 이곳 토론토 한인 신문에 광고를 낼 일이 있고, D 라는 한국 사찰의 Y 주지 스님과 통화를 할 일이 있었다. (주변에 화를 잘 낸다는 소문대로) 짧은 전화를 마치고 나서도 한참을 불쾌한 마음을 가라 앉히려고 시간을 보냈다. 법정 스님이나.. 법륜 스님같이 청정한 스님들이 그리워지면서도 문득 오전에 통화한 Y 스님에 대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같은 성격의 그 스님은 중생들에게 그런 깨달음을 주려고 온 보살인가? 아니면 수많은 땡추 중의 하나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삶은 희노애락의 바다이다. 좋을 때도 많지만 화나고 슬플 때도 하염없이 다가온다. 매번 그러한 감정의 바다에서..
2021.04.29 -
[산책] 강릉의 봄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계절 속을 여유로이 걷지도 못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음미하지도 못하고 만남의 진가를 알아채지도 못한 채 나는 왜 이렇게 삶을 서둘러 왔던가. 달려가다 스스로 멈춰 서지도 못하고 대지에 나무 한 그루 심지도 못하고 주어진 것들을 충분히 누리지도 못했던가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아침에 고향 친구 H와 통화를 한 후, 그 친구의 카톡에 있는 사진을 우연히 보다가 감탄했다. 내가 자란 고향 강릉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하는 자각과 언제나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에 감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반성했다. 지난 여름과 가을에 뒤늦게 ..
2021.04.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