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8. 29. 11:42ㆍ북미 이야기/작은 역사 이야기
일본 수상 사임 뉴스
일본 아베 수상이 사임을 표하고 나서, 앞으로의 일본 정치에 대한 많은 뉴스들을 이곳에서 접한다. 캐나다는 한국만큼 일본과 애증 관계가 겹쳐 있지는 않지만, 경제 규모의 일본만큼 비례한 뉴스를 이곳에서도 볼 수 있다. 나 역시 이러한 캐나다 뉴스들에 대해서는 이곳 주류 언론들이나 정치인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심있게 자료들을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기억하는 바에 의하면 내가 아베를 처음 뉴스를 통해서 접한 것은 2001년 경인가, 고이즈미 총리 시절 차기 일본의 유력한 수상 후보이자 극우 성향의 정치인인 아베를 소개하던 한국 뉴스였다. 그리고 당시 예측대로 아베는 일본의 최장수 수상이 되었고 역사적으로 한일 관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수상으로 남을 것이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중요한 이유
(지금은 출처가 기억나지 않는) 어느 글에서 임진왜란 이후 유성룡이 쓴 징비록에 대한 기록이 일본 지식인들 사이에서 어떻게 연구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결론적으로는 "다시는 동일한 침략을 당하지 않도록 후세에게 알려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쓴 징비록이 조선의 지식인들에게는 무시당하고, 오히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일본의 지식인과 지도자들에게 집중적으로 연구되어서 한일 합병을 보다 쉽게 가능하도록 연구하는 중요 자료로 사용되었다는 요지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에 대한 지식이 매우 부족한 편이다. 젊었을 때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나이가 들어서도 일본어 자체에 대한 능력이 부족하여 모든 정보는 2차적인 통역과 번역을 통한 지식 습득이 대부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백제나 고구려와 같은 고대사에 관심이 생기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왜 우리 때는 고등학교 때 일본어나 중국어를 가르치지 않았을까 하는 치기어린 원망도 있고, 학부 때는 전혀 필요하지도 않았던 불어를 선택해서 열심히 했던 스스로의 철없던 우스운 허영에 대한 후회도 가끔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일본을 미워하면 미워하는 대로 좋아하면 좋아하는 대로, 일본 문화와 일본어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고 정확하게 아는 전문가가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앞으로 한국 사회를 이끄는 젊은이들 중에 말이다. 그런 면에서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호응을 받고 있는 롯본기 김교수(앞으로 김교수로 약칭)의 유투브에서 전달하는 많은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나 역시 부지불식 간에 지금까지의 우리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매우 왜곡되었으며 근거없는 많은 선입관이 우리보다도 일본에 유리하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습관을 가졌다는 것을 김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동일한 선상에서 미국의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다소의 변화가 생겼는데 그중 가장 큰 것은 어느 정도 진보적인 성향의 오바마 정부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이다. 한때 오바마 정권에 대한 호감을 가졌던 적도 있었지만 그가 일본의 원폭 피해 기념에 참석해서 사죄 비슷한 행위를 할 때 다소 놀랐었고 작년에 개인적으로 인도 여행에서 동행하였던 한 형님과의 대화 중 그 분이 말씀하셨던 '한일 관계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을 때 오바마 정부는 순전히 일본을 위해서만 좋았던 정부였다'라는 이야기도 김교수의 지적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았다.
개인적으로 2018년 전반기에 반 년 가량 미국의 North Carolina 에 있는 Charlotte에 파견가서 한 흑인 부부 집에서 월세를 내고 지낸 적이 있었다. 차가 없이 생활하던 중이라 급할 때 우버 택시를 종종 이용했는데 두 번에 걸쳐 운전하던 백인 할아버지들과 만나서 30분 가량을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그들이 아는 순간부터 반드시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로 화재가 넘어갔다.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흑인 부부가 이야기하던 트럼프에 대한 견해와 그 백인들의 의견은 완전하게 상반되었다. 그 중 내가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그들이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기 시작하자마자 트럼프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속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하였던 것이다. (내가 그들이 말하는 뉘앙스나 타이밍을 고려해서 느끼고 이해하기로는) 그 이유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적대국이었던) 일본보다 실제로 한국에 대해서 더 선호감을 가지고 외교를 하는 많지 않은 미국 지도자 중 하나'라는 설명이었다.
물론 나 개인적으로 트럼프 개인에 대한 장단점과 현재 정치인으로서의 평가에 대해서 어느 정도 기준을 가지고 바라본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조국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미국의 이번 선거에 대한 개인적인 바램은, 미국 내부의 문제보다도 한국에 대한 국익을 가장 우선시 하고 바라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일본의 차기 후보들에 대한 미디어와 유투브 일본 전문가들의 예상
일본 차기 수상을 예측하는 YTN 뉴스에 의하면 다음 수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들은 다음과 같다.
호사카 교수나 김교수의 평가가 동일한 것 중 재미있는 것은 일본의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이시바 시게루(전 자민당 간사장)가 1위를 하지만 아베 총리의 지지를 받지 않는 편이어서 수상이 될 확률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이곳 캐나다 역시 영국 여왕을 중심으로 한 의원내각제라서 비슷한 면도 있어 보인다. 이번 2020년 8월 23일 캐나다에서 있었던 보수당의 당내 선거 결과 이후 새로운 리더로 선출된 에린 오툴 의원이 실제로 전체 캐나다 유권자의 민심을 많이 반영하지 못한다는 언론들의 지적이 있었다.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대통령 선출 방식을 가진 나라들은, 의원 선거와는 별도로, 최고 지도자 대통령 역시 국민의 선택을 기반으로 선출한다. 하지만 의원 내각제 기반의 수상은 기존 선출된 의원 들 중에서 각각의 해당 정치 당 내에서의 역학 관계에 의해서 최고 지도자를 선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유권자의 민심이 상당히 왜곡될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재 내가 정리 작업 중인 버트란트 러셀의 대화록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있기에 나중에 다시 소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의 민주주의는 영연방 국가 중 하나인 캐나다보다 훨씬 더 봉건적인 잔재가 많이 남아있고, 자민당 내부 계열파에 따른 지지 국회의원 수들의 통계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들의 민주주의가 매우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래의 자료는 김교수의 영상에서 얻은 화면에서 내가 몇 명의 정치인과 한글 이름을 추가한 화면인데, 이 화면이 현재 주요 정치인들 간에 관계를 YTN 설명보다 매우 잘 설명해주고 있다. 푸른 색 바탕의 배경 내에 이름과 현 보직을 나타낸 사각형이 차기 자민당 총재 후보자들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문을 읽고 예상했다.
호사카 교수의 설명을 바탕으로 만든 아래 표는 자민당 내부에서 보여지는 계파별 지지 국회의원 수이다.
자민당 계열 | 지지 의원 수 (당) |
호소다 (아베) 파 | 97 명 (자민당) |
이시바 파 | 19 명 (자민당) |
기시다 파 | 47 명 (자민당) |
스가 파 | 53 명 (무소속) |
아소 파 | 54 명 (자민당) |
니카이 파 | 47 명 (자민당) |
다케시타 파 | 54 명 (자민당) |
위의 테이블을 기준으로 고려했을 때 호사가 교수가 판단하는 차기 수상이 가능한 정치인들의 현황은 다음과 같다. 앞에서 언급하였지만 이시바 시게루는 여론에서의 호감과는 상관없이 아베와 사이가 좋지 않은 관계로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기시다는 (호사카 교수의 주장에 의하면) 사실상 아베가 지지하는 차기 아베 1 인자이지만 실제 정치적인 실적이 높지 않다는 것이 한계라고 한다. 스가 (현) 관방장관은 매우 실무적인 감각이 뛰어나고 아베의 신임을 얻고 있으나 니카이 간사장의 지지만을 받는 한계가 있다. 고노 다로 역시 높은 학벌과 일본인 중에서 좋은 영어 실력을 가지고 있으나 아소파의 지지를 받는 한계가 있으며, 가장 좋은 학력과 경력을 가진 모테기 (현) 외무상은 다케시타 파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실력도 있지만 (김교수의 지적과 같이) 작은 키와 같은 외모적인 호감에서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정치인 | 계열 파에 따른 지지 의원 수 | 경력 및 비고 |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 19명 약소 파벌 | 1957년 생, 여론 조사 1위, 반 아베 성향 게이오기주쿠 대학 법학부, 미쓰이 은행 근무 |
기시다 후미오 (현 자민당 정무회장) | 198명 = 기시다 파 47명 + 아소 파 54 명 + 호소다(아베) 파 97명 | 1957년 생, 아베가 지명한 사실상 포스트 아베 1인자 와세다 대학 법학부, 장기신용 은행 근무 |
스가 요시히데 (현 관방장관) | 100명 = 스가 계열 (무소속) 53명 + 니카이 파 47명 | 1948년 생, 호세이 대학 법학부, 겐덴세비 주식회사 근무 |
고노 다로 (현 방위상) | 아소 파 지지 받음 : 54명 | 1963년 생, 게이오기주쿠 대학 경제학부 중퇴, (미) 조지타운 대학 정치학, 후지 제록스 근무 |
모테기 토시미츠 (현 외무상) | 다케시타 파 지지 받음 : 54명 | 1955년 생, 동경 대학 경제학부, 요미우리 신문 기자, 마루베니 종합상사 근무, 하버드 케네디 스쿨 공공 정책과정, 맥킨지 근무 |
호사카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늦어도 2021년 9월까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2021년 10월까지는 중의원 선거를 마쳐야 한다. 또한 김교수의 예상에 의하면 스가 관방장관이 차기 수상이 자리를 잡기 전에 리더로서 중간 단계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가 기사다 의원이나 고노 방위상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다고 내다 보고 있다.
[1] 호사카 유지 TV
https://www.youtube.com/watch?v=KpEDOjQiJMQ
[2] 롯본기 김교수 TV
https://www.youtube.com/watch?v=0Ug8GHrQ-GI
[3] 아베 총리 퇴진...앞으로 한일관계는? / YTN
https://www.youtube.com/watch?v=-NHBcwh8C0k
[4] 이시바 시게루 / 기시다 후미오 / 스가 요시히데 / 고노 다로 / 모테기 토시미츠 경력 조사
https://ko.wikipedia.org/wi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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