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벚꽃 인지
봄 산의 물가에서 모든 엽록소들은 개별적이다. 신생한 이파리의 어린 엽록소들은 빛과 물을 빚어서 유기물을 합성해 내는 것이라고, 식물학 책에는 쓰여져 있는데, 나무의 내부에서 그 '빚어짐'이 어째서 가능한 것인지, 그 '빚어짐'은 사실상 어떤 회피할 수 없는 충동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인지, 왜 '빚어지는' 것인지, 그 빚어짐을 가능케 하는 시간과 빛의 은밀한 작용의 질감은 어떤 것인지를 말할 수 없는 한, 내가 읽은 식물학 개론은 결국 '산 나무는 살아간다'는 이 단순한 명료한, 하나 마나 한, 그러나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외마디 비명의 가엾고도 지루한 동어 반복이었다. 풍경과 상처 (산유화 p 77) 김훈 안 사람과 같이 강아지 산책을 하는 덕에 내가 나무 가까이서 찍을 수 있었다. 찍고 보니 실..
2021.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