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마음으로 과학과 문명을 바라보며

2020. 9. 11. 03:31과학문명/컴퓨터

현재 내가 하는 일은 북미의 IT 컨설팅 회사에서 시스템 개발 및 지원을 해주는 업무이다.

최초 업무 경력

지금 20년 째 이 업종에 종사를 하기 전에는 92년부터 97년 사이에 대한민국의 중부전선과 서부전선의 최전방에서 직업 군인으로 5년간 생활을 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포병 장교로 시작하여 경기도 포천 임진강 지역의 XX 사단의 포병 대대에서 전역을 하기 까지 포병 사격 지휘 장교와 포대장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실제로 그 업무들은 수학과 공학 지식이 상당히 많이 필요한 일들이었다.

KH-179 견인포 RAP 탄 사격 (1992년, 강원도 철원)

나는 컴퓨터 일을 하던 탓에 원치 않게 일하면서 학교에 적을 오래 두고 살게 되었는데, 학교보다는 항상 실무에서 더 많이 배운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고등학교때 그렇게 수학을 좋아하고, 학부에서 물리를 전공하였지만 여전히 아무 느낌도 없던 지식이 실제로 살아서 움직인다는 것을 배운 것은 강원도 철원에서였다.  포병 사격지휘장교를 하면서 그 동안 학창 시절에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모든 수학 기호들에 대해서 하나씩 음미를 할 기회가 있었고, 어느 순간 로그를 최초로 만들었던 스코틀랜드의 존 네이피어가 "왜 로그가 필요했는지"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포병 계산 작업 중 깨달은 적이 있었다. 사실 포병 사격지휘 절차는 지금 21세기에 들어와서도 대부분의 국가의 군대에서 동일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근본 이론들은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데카르트에 의하여 시작한 기학학과 함수의 연관된 지식에 근본적인 뿌리를 두고 있다.

포병 사격 절차에 사용되는 수학 지식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나는 이과보다는 문과 적성이 더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거의 평생을 수학과 물리, 그리고 컴퓨터 지식이 내 적성과 맞는다고 착각하고 살아왔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역사나 철학, 그리고 문학적인 글을 읽었을 때 더 많은 영감을 받고, 감동적인 문장에 며칠이고 되새기는 편이었다. 그렇게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입장에서 나는 학교에서의 공부는 편식이 매우 심한 편이었는데, 일단 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배워야 할 필요성을 크게 동의하지 않으면 수업 시간에 거의 귀를 닫고 다른 상상을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 한 친구와 당시의 좋은 선생님의 영향으로 나는 수학만큼은 다른 어느 과목보다 좋아했던 편인데, 지금와서 돌이켜 보면 수학을 공학적인 관점에서는 혐오하였지만, 수학을 철학적이고 문명사 관점에서 열렬히 사랑했던 것 같다. 가령 미적분을 배울 때 움직이는 곡선에 들어가 있는 기울기(곡률)를 구하는 기술들은 사실 모든 자연 현상에 존재하는 "순간의 변화율"을 포착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없었다. 선적분에서 선의 길이를 적분으로 구하는 문제에서 프타고라스 정리가 극한의 작은 순간 변화율에도 들어간다는 사실에 깊은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야기했던 한 고향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적성대로 과학을 전공하여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지금은 시카고에서 한 회사에서 데이타 과학자로 근무하는 J 박사이다. 그 친구와 고등학교 3학년 때 토요일 늦은 밤, 모든 교직원와 다른 학생들이 떠난 교실에 둘이 몰래 앉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러한 수학 이야기를 밤새도록 했던 기억이 아련하다.

나는 군사학교를 입학한 후에도 배우는 것에 대한 편식이 계속 심했던 편이어서 학업에 많이 힘들어하는 편이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과학 분야에 뛰어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항상 주변에 있어서 항상 위축감을 느꼈던 것 같다. 사실 컴퓨터를 하면서도 끝없이 느끼는 한계 중 하나는 이러한 분야에 적성이 맞거나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경쟁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없지만, 반드시 그러한 재능이 있는 사람들만이 자기의 분야에서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금 재능은 떨어져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은 수학이나, 물리, 컴퓨터 지식에 대해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부분이 반드시 존재한다.

이러한 사실은, (나이가 어느 정도 들어서 돌이켜 보면 더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내가 음악이나 악기를 전혀 다룰 지 모른다고 하여 모짜르트나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하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것과 똑 같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여전히 문명사에 기여한 수학과 물리에 대해서 평균적인 일반 생활인들보다는 상당히 많이 이해를 하는 편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그 안에 들어있는 '아름다움'을 잘 이해한다.

그런면에서 보면 나는 플라톤의 철학을 여전히 좋아하는 편이다. 모든 사물에는 이데아 세계가 존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플라톤은 -러셀에 의하면 - 수학은 좋아했지만 모든 과학은 없애야 한다고 까지 다소 극단적으로 말하였다. 나는, 매우 조심스럽지만, 플라톤의 사상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면이 있다. 물론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저자인 칼 포퍼의 주장과 같이 이러한 사상이 전체주의로 나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나 역시 공감하고 주의하지만 순수하게 지식을 추구하는 면에서는 공학적인 필요성 만큼이나 순수한 이상적인 상상 안에서 인류의 이성이 더 크게 발전하는 면도 많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다시 다룰 기회가 있을 지 모르지만, 수학 중 가장 순수 수학에 해당하는 [정수론]이 소수(Prime Number)를 바탕으로 하여 어떻게 발전해오고 지금 컴퓨터에 어떻게 큰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 하고 싶다.

 

컴퓨터(혹은 과학)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

사실 내가 컴퓨터 분야에 대해서 제일 먼저 쓰고 싶었던 글은 인터넷을 가능하게 한 "네트워크"  분야였다. 개인적으로 캐나다에 이민을 온 후 2008년에서 2011년 까지 3년이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우연하게 들어와서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회사가 라우터와 스위치와 같은 네트워크 장비를 만드는 회사였었다. 처음 1년은 자재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엑셀을 도와주고 같은 동료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짜주면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었고, 다음 해에 그 회사의 핵심 부서인 개발 팀으로 옮길 기회가 있어서 네트워크를 실제로 공부하고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한국에서 대학원 과정을 끝내면서 마지막 과목이 '네트워크' 였는데 내가 실제로 일하면서 수없이 느낀 것이 정말 학교에서 배운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실제 필요한 지식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확신이었다.

실제로 내가 수없이 눈으로 보고 느끼는 문제 중 하나는 IT 업계에서 지금은 수없는 업무 세분화가 이루어져 서로가 이해를 못하는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가령 어느 정도 큰 회사에서 전산 부서를 가지고 있어도, 시스템을 개발하는 팀과, 인터넷 연결을 도와주는 네트워크 팀(네트워크는 IT 회사가 아닌 경우는 대부분 외주 업체에 일임하는 편이지만), 그리고 데이타 베이스를 관리하는 팀과 같이 나뉘어 진다. 여기에 조금 개발 부서도 커지면 품질 검사를 하는 QA 팀과 비지니스 업무 분석을 해서 현업과 개발자들 사이에서 소통업무를 하는 업무 분석가(Business Analysis) 까지 끼면 세분화는 가속화된다. 그리고 회사 시스템의 보안을 담당하는 부서까지 들어오면 전체 시스템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그림으로 다가온다.

내가 대화가 안되는 대상이라는 것은, 시스템을 사용하는 일반인 즉 현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과 개발자들과의 대화보다도, 지금의 기술 기반을 사용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 사이를 말한다. 네트워크 전문가들과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자들, 그리고 개발자와 DB(데이타베이스) 관리자, DB 관리자들과 네트워크 전문가들 사이의 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 사람들은 처음 업무를 시작해서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교육/훈련과 실무를 병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익숙해진 지식이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감을 전혀 못 잡는 것을 항상 바라본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네트워크 전문가 한 사람은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하고 20년 이상 그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지만, 나와 처음 만나서 이야기하던 2012년 당시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자바스크립트와 자바 자체도 전혀 구분하지 못하고 언급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개발자들 역시 지금 네트워크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단순히 TCP/IP 계층 7단계 내에서 마지막 6이나 7단계 내에서 HTTP 프로토콜이 작동하여 홈페이지가 요청한대로 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데이타가 라우터나 스위치를 통해서 어떻게 수많은 경로를 우회하고 결정하고 오는지에 대한 지식은 전혀 알 필요도 없고 실제로 알지 못한다. 그래서 한 때 한국에 있던 작은 출판사와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오간 적이 있었는데, 나는 중고등학생들 정도면 이해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그 쪽에서는 조금은 기술 서적을 나에게 요구하고 싶었던 것이라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 아뭏든 내가 충분히 준비되지 못하였고 그 "네트워크 이야기"들은 여러가지 상황의 미숙으로 몇 가지 초안과 기획 목차만 내 서랍장(?)안에 남아 있다. 그것을 가끔 들춰볼 때 지금도 네트워크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아쉬움과 그 아쉬움을 잊지 못하는 바보 같다는 자책의 중간에 서 있다.

 

앞으로 이곳에 쓸 내용

나는 가끔 한국에서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실제의 인문학을 찬양하는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인정하면서도) 마치 공학과는 다른 진정한 - (아니면 최소한) 보다 더 -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지식인 것 같이 언급하는 것을 볼 때마다 일종의 반항심을 느낀다. 사실 산업 혁명 이전의 인류에게 인문학이 없어서 공개사형제도와 야만적인 노예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과학의 발전으로 수많은 통신과 소통이 가능하면서 그러한 야만의 문제들이 더 넓게 많은 사람들에게 생낯으로 보여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이런 사실들이 많은 사람들을 "매우 불편하게 만들면서" 그에 대한 찬반이 공론의 장으로 나올 수 있었던 측면이 많다. 나는 이러한 수학과 수식의 지루한 훈련을 못 견디어하는 스스로에 대한 합리화가 인문학의 찬양으로 나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한 면에서 나는 자신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었지만 수학을 좋아할 기회가 없어서 아쉬웠다고 말씀하신 도올 선생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 우리가 현재 문명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현재 수학이나 물리, 컴퓨터 지식은 포기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사실 나는 이 블로그는 개인적으로 문학/역사/철학과 정치/경제와 같이 근래 내가 관심이 많아지는 분야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서 만들었다. 하지만 항상 수학/물리, 컴퓨터는 언제나 "현재 지금(Here and Now)" 내 업무 영역 안에 맴돌고 있고, 친한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를 조금만 하다보면 어떤 생각과 영감들을 붙잡고 싶어서 항상 아쉬워 한다는 것을 알았다. 

특히 이곳 캐나다에 있는 몇 명의 친한 한인분들과 몇 년 째 지속하는 IT 모임에서 같이 이야기를 하면서 근래 알고리듬을 다시 연습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하고 거품같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는 여기에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 오늘 저녁(2020년 9월 10일) 이야기할 Fenwick 알고리듬 이야기를 모임이 끝나고 나면 이곳에 정리를 할 예정이댜.

앞으로 이 곳의 이야기가 어떻게 채워질지는 나 역시 모르겠다.

'과학문명 > 컴퓨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제후기] leetcode-1647  (0) 2020.11.08
Fenwick 알고리듬(3)  (0) 2020.09.18
Fenwick 알고리듬(2)  (0) 2020.09.14
Fenwick 알고리듬(1)  (0) 2020.09.13
로그의 힘 - Power of Logarithm  (0) 2020.09.12